아파트 하나가 도시 그 자체, 알래스카 ‘휘티어(Whittier)’

휘티어(Whittier)는 미국 알래스카에 위치한 도시로, 과거 미 국방부는 알래스카 방어를 위해 이곳에 군사기지를 필요로 했다.

 

기지의 입지조건은 지역에 있는 발전소와 동떨어져있고, 군수품 이동을 위한 철도가 뚫려있으며, 부동항이 인접한 곳이었는데 휘티어는 이런 조건에 딱 부합하는 곳이었다.

 

군속 주거단지로 시작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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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뒤로 숨겨져 있는 휘티어


이렇게 조성된 군사기지 ‘캠프 설리반’의 위치는 2000년 안톤 앤더슨 기념터널(Anton Anderson Memorial Tunnel, 휘티어 터널)이 대중에 개방되기 전까지는 선박이나 공용철도, 항공기로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은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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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은 밤 10시 30분에 폐쇄된다


당시 황량한 허허벌판 알래스카에 천명 이상의 기지 관계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데, 1953년 6층 규모의 버크너 빌딩(Buckner Building)과 1957년에는 14층 규모의 호지 빌딩(Hodge Building)이 완공되며 군인가족들이 모여사는 곳이 되었다.

 

특히 군사기지의 특성답게 건물 내에 온갖 공공시설이 들어섰고, 호지 빌딩 서쪽의 통로로 학교도 연결되어 궂은 날씨에도 건물 내의 학생들은 외부로 등교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 때문에 현재도 이곳은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건물이자 ‘한지붕 도시(town under one roof)’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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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통로


1960년이 도시의 중흥기로 809명의 인구가 상주하며 정점을 찍었다가 1960년대 중반 캠프 설리반이 폐쇄되면서 인구가 130명으로 급감하였고, 결국 1969년 건물의 소유권은 알래스카 주로 넘어갔다.

 

기지 폐쇄 후 한지붕 도시로


이처럼 줄어든 인구 때문에 버크너 빌딩은 버려졌고, 현재 인구 대부분은 호지 빌딩에만 거주하게 되면서 진정한 ‘한지붕 도시‘로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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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버크너 빌딩


1972년에는 알래스카 출신의 하원의원이었던 닉 비기치(Nick Begich) 의원이 경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그를 기리기 위해 1974년 3월 호지 빌딩의 이름을 ‘비기치 타워스(Begich Towers)’로 개명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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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기치 타워스 외관


군사기지일 때의 편의시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지금도 날씨나 환경변화에도 주민들은 건물을 떠나지 않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사실 귀찮음보다도 알래스카에 부는 시속 100km에 달하는 잔인한 겨울바람은 어쩔 수 없이 이런 한도시 아파트가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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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기치 타워스 층별 구조


현재 건물 내에는 우체국, 상점, 가벼운 치료를 할 수 있는 클리닉(병원), 경찰서, 작은 교도소, 교회, 세탁실, 수영장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으며 필요한 외부시설로도 건물 내의 통로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밖으로 보이는 알래스카의 울창한 숲, 산봉우리, 거대한 빙하와 웅장한 폭포가 보이는 자연이 건물 안에 갇혀 사는 기분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위안이다.

 

휘티어 인구 구성


2018년 현재 205명의 인구 중 백인이 68.3%로 다수이며, 아시아인 10.6%, 히스패닉 6.9%, 아메리칸 인디언 5.7% 등이다. 인구의 40.3%가 결혼했고 32.34%는 이혼한 것으로 봐서는 답답함을 참지 못해 떠나는 사람이 많은 모양.

 

연령분포는 45~64세가 52.25%로 가장 많고, 25~44세는 23.87%, 18세 미만은 13.96%, 18~24세는 아무래도 학업 탓인지 3.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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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티어 전경

 

2019년 가구의 중간소득은 45,000달러이며 1인당 소득은 29,106달러로 가구소득은 미국 평균보다 낮고 1인당 소득은 평균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은 소득세와 판매세가 없기 때문에 실제 생활비는 더 여유롭다고 보면 된다.

 

도시의 규칙


한지붕 도시는 완전히 독립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의 생활은 그 어느 곳보다 사회적이다. 요즘같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원래 도시에서 해오던 대로 공동 격리(코호트 격리)를 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내부에는 방역 강화 규칙이 생겼다.

 

• 공동구역(로비, 엘리베이터, 지하실, 계단)을 지나갈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같은 가족만 타야 하며 맨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서는 안 된다.

• 세탁실도 가족의 1~2명만 와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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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내부


또, 비기치 타워스의 14, 15층에는 숙박시설인 베드&브렉퍼스트(Bed and breakfast)가 있어서 외부의 관광객들이 숙박할 수도 있었으나 현재는 꼭 방문이 필요한 이유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강화된 지침이 추가되었지만 사실 평소의 규정들도 공동 거주지답게 빡빡한 편이다.

 

• 오전 8시 이전, 오후 10시 이후에는 시끄러운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

• 공용구역이나 부지를 더럽게 하거나 쓰레기를 두어서는 안 된다.

• 계단, 로비, 복도, 엘리베이터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놀 수 없음.

• 전기코드에 용량이 큰 기기를 꽂아서는 안됨.

• 물고기, 낚시 장비, 잠수복, 부츠 등 물이 떨어지는 물품을 가져올 때는 주의해야 하며 더럽혔을 때는 즉시 청소할 것.

• 아파트의 열쇠는 비상 목적과 유지관리를 위해 관리인에게 제공할 것.

• 스케이트보드, 롤러스케이트, 아이스 워커 등은 건물 내에서 사용금지.

• 건물 내 모든 공용구역은 금연.

• 6세 미만의 어린이는 모든 공용구역에서 성인 또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함.

• 가구당 개는 두 마리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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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 시설


이밖에 공용세탁실 사용, 공용 냉동고 사용, 쓰레기 배출에 있어서 세세한 규칙이 있다. 이 규정들을 보고 있으면 밀폐된 독립 도시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나 싶다가도 왜 젊은 층이 거의 없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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