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㉗ 불행을 가져다 준 운석
1954년,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천장을 뚫고 떨어진 운석에 맞은 여성을 의사가 살펴보고 있다.
1954년 11월 30일 오후 2시, 미국 앨라배마주 실러코가(Sylacauga)는 화장한 날씨였다. 당시 34세의 주부 앤 엘리자베스 호지스(Ann Elizabeth Hodges)는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던 중, 굉음과 함께 옆구리를 무언가로 강타당했다.
당시 집에는 앤과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는데, 이들은 천장이 뚫린 것을 보고 처음에는 아이들의 장난이거나 재가 많이 쌓인 굴뚝이 무너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집안에서 큰 돌덩어리가 발견되자 심상치 않은 느낌에 곧바로 소방서와 경찰에 신고하면서 역사적인 운석이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 경찰이 운석을 들고 구멍난 천장을 살펴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954년 11월 30일 오후 12시 46분(CST), 소행성에서 떨어져나와 지구의 대기권에 돌입한 운석이 이 지역의 상공을 날다가 3조각으로 나뉘었고, 그중 한 조각이 앤 호지스의 집 지붕을 뚫고 들어가 라디오에 튕긴 다음 소파를 향해 날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 운석과 충돌한 세계최초의 라디오 ⓒ앨라배마 자연사박물관
첫 번째 사진은 앤 호지스가 운석에 맞은 부위의 멍을 의사 무디 제이콥스(Moody Jacobs)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제이콥스 박사는 “검진 결과 손을 비롯해 옆구리와 엉덩이에 걸쳐 타박상이 있지만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고려해 며칠간 그녀를 입원시켰다.
의료진과 여러 학자들의 검증을 마친 앤 엘리자베스 호지스는 공식적으로 ‘운석에 맞은 최초의 인간‘으로 기록되었다.
소식이 퍼지자 운석은 엄청난 화제에 휩싸였다. 앤 호지스는 ‘운석에 맞은 여성‘이라는 타이틀로 방송에 출연하기까지 했으며, 운석을 5000달러를 주고 사겠다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때 운석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또다른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앤 호지스가 살고있는 집주인으로 “운석에 맞았다 해도 내 집에 떨어진 만큼 운석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
▲ 운석이 지붕을 뚫고 떨어졌던 집
결국 1년간의 긴 소송 끝에 세입자였던 호지스 부부는 집주인에게 500달러를 주는 것으로 운석의 소유권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소송비용까지 들여가며 시간을 보내고 나자 운석은 화제의 열기에서 벗어난 후였고, 그 많던 운석구매 희망자도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편 휴렛 호지스(Hewlett Hodges)는 이 운석이 로또복권이라고 생각하고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탐욕스럽게 변한 남편을 보며 앤은 운석을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 ‘날아들어온 로또’ 운석을 보며 기뻐하는 호지스 부부
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운석이 떨어진다는 공포 때문에 더 이상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없었고, 언론의 지나친 관심, 집주인과의 법적다툼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신경쇠약을 앓던 앤은 급기야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석을 앨라배마 자연사박물관에 25달러에 판매해버렸다.(박물관이 변호사 비용을 상환해주는 것으로 계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박물관에 전시된 호지스 운석 ⓒ앨라배마 자연사박물관
이렇게 관계가 파탄난 부부는 결국 1964년에 이혼했고, 앤 호지스는 8년 후인 1972년 52세의 나이로 실러코가 요양원에서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3조각의 운석중 한 조각은 줄리어스 맥키니(Julius Kempis McKinney)라는 흑인농부가 주웠다.
그는 마차를 끌고 가던 중 길 한가운데에 박힌 돌을 본 노새가 멈춰서 나아가기를 거부하자 ‘심상치 않은 물건’임을 직감하고 돌을 주워 잘 알고 지내던 우편배달부에게 보여주었다.
▲ 맥키니 운석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우편배달부는 ‘이게 만약 운석이고 호지스 운석과 관련이 있다면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호지스 운석은 3.86kg, 맥키니가 주운 운석은 절반 크기도 되지 않는 1.86kg이었다.
맥키니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운석임을 인증받고 소유권을 획득한 다음 호지스 운석이 화제가 되고 있을 때 재빠르게 판매했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새 차와 집을 살 수 있는 데는 충분한 돈을 벌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줄리어스 맥키니는 실러코가 운석으로 이득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위에 말했듯이 앤 호지스는 ‘인간이 운석에 맞은 최초의 공식 기록‘으로 남아있다.
오랜 인류역사에서 몇몇 운석에 맞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운석이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기관의 인증도 없고 운석도 남아있지 않아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앤 호지스의 경우는 운석과 함께 몸에 인증도장처럼 타격 흔적이 있어서 맞았다는 것도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다.
▲ 삶을 바꾼 운석을 들고 서 있는 앤 호지스
2009년 6월에는 길을 가던 독일 소년 게리트 블랑크(Gerrit Blank)가 콩알 크기의 운석에 맞았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화제가 되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빛덩어리를 보다가 손에 통증을 느꼈고 곧 천둥과 같은 굉음이 들렸다”고 한다. 이 콩알 크기의 운석은 땅에 30cm 크기의 크레이터를 남겼다.
▲ 게리트 블랑크와 그의 손을 맞췄다는 운석
하지만 소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운석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겠지만 충돌하는 순간 땅바닥의 파편이 날아와 손을 쳤을 가능성이 높다. 아스팔트에 30cm의 크레이터를 만드는 운석이라면 총알 이상의 위력으로 찰과상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한편 앤 호지스를 진료했던 무디 제이콥스(Moody Jacobs)박사는 ‘운석에 맞은 인간을 최초로 치료한 의사‘로 기록되었다.
▲ 실러코가 시립 종합청사 앞의 운석낙하기념 조각상
현재 운석이 떨어진 집은 한차례 화재가 발생한 이후 현재는 철거되었지만 실러코가 시립 종합청사 앞에는 조각가 돈 롤러(Don Lawler)가 만든 ‘폴링스타(Falling Star)’라는 이름의 대리석 조각이 있다. 이는 ‘인간을 강타한 운석에 헌정된 세계 유일의 조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