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㉘ 1941년, 숲으로 위장한 핀란드의 도로
거대한 위장 트리
1941년, 핀란드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량. 그리고 위장을 하기 위해 나무를 매달아 놓은 모습.
사진은 1941년 6월 27일 금요일, 제2차 소련-핀란드 전쟁 3일 차에 핀란드 동부 국경도시 수오무살미(Suomussalmi)의 쿠이바야르비(Kuivajärvi)마을 근처의 도로 라틴티(Raatteentie)에서 촬영되었다.
도로에 평범하게 차가 지나가는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공중에 빨래처럼 매달아 놓은 나무의 존재다.
‘러시아 정찰기로부터 도로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문구가 달려있는 경우도 있는데, 띄엄띄엄 널린 나무는 상공에서 수직으로 보면 얼핏 도로에 줄이 그인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도로를 숨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나무 위장은 소련군의 폭격으로부터 도로를 오가는 차량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항공기가 아니라 적의 감시탑을 의식하고 만들어졌다.
당시 수오무살미로부터 불과 10km 떨어진 곳에 소련이 세운 감시탑이 있었는데, 그 높이의 각도에서 보면 야간에는 숲이 이어진 것처럼 보여서 도로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고 주간에도 충분히 시야를 방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수오무살미의 위치
공중에 나무를 매달아 놓은 것도 실은 굵은 소나무가 아니라 어린 노르웨이가문비나무(Picea abies)이기 때문에 불가사의한 대공사가 될 만큼 아주 무거운 것은 아니다.
▲ 1941년 6월 27일, 가문비숲에 집결한 우노 파게르내스(Uno Fagernas)핀란드군 대령과 병사들
노르웨이가문비나무는 북유럽에서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식수되어 있는데, 그런 역할로 보면 역사상 가장 거대하게 장식된 트리라고 할 수 있겠다.
▲ 노르웨이가문비나무 서식지 지도
사진 속 라틴티(Raatteentie)는 1939~1940년의 겨울전쟁(제1차 소련-핀란드 전쟁)에서 양국 간 치열한 전투(Raatteen tien taistelu / Battle of Raate Road)가 벌어진 곳이었다.
▲ 라틴티(Raatteentie)의 현재 모습
당시 이곳에서 핀란드 군인 400여 명이 실종되거나 전사했고 소련군 7,000~9,000명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