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부친, 손웅정의 고교시절 해트트릭
손웅정, 해트트릭 달성 기사
“축구를 한 뒤 첫 기록이기 때문에 기쁘다기보다는 얼떨떨한 기분입니다.”
16일 개막 첫 경기 춘천고-영광고 전에서 해트트릭을 따내 춘천고에 5:0의 대승을 안겨준 손웅정(18, 3학년)은 경기 후 자신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손은 이날 전반 시작하자마자 영광고 수비진을 힘차게 헤집고 다니다 7분에 페널티에리어 우측에서 25m 중거리슛으로 이 대회 첫 득점을 기록한 후 13분과 34분에 또다시 추가 득점을 올려 첫 해트트릭을 따냈다.
충남 서산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볼을 차기 시작, 소양중을 거쳐 춘천고에 입학하면서부터 손의 스피드와 발재간은 정평이 붙었다. 그러나 춘천고가 현 국가대표 감독인 박종환 씨가 거친 전통 있는 학교지만, 80년에 팀이 부활했기 때문에 경험 부족으로 큰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손의 존재가 부각되지 못했던 것.
▲ 18세의 손웅정
172cm에 63kg. 축구선수로는 비교적 단신이지만 문전에서의 순발력과 슈팅 처리나 드리블이 고교 정상급인 반면, 100m를 12초 F로 뛰는 스피드를 순간적으로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현 국가대표 이승희(강릉농공)와 소양중 시절 3년간 콤비를 이루며 80년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따낸 주력이었으나 이승희가 먼저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이 자극이 돼 연습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는 게 춘천고 이풍길 감독의 말이다.
손영완 씨(58, 농업)의 3남 1녀 중 막내.
【조선일보 1983.10.18】
이른 나이의 프로 은퇴
▲ K리그 시절의 손웅정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손웅정 씨는 프로무대에서는 K리그 37경기 7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기사에는 서산국민학교로 나와있지만 서산에 있는 인정국민학교(인지초등학교로 변경) 6학년 무렵 축구를 시작했는데, 뒤늦게 축구를 시작한 막내아들을 소양중학교로 전학까지 시킨 것을 보면 재능은 확실히 뛰어났던 모양이다.
춘천고에서는 타고난 발재간에 스피드까지 붙어 해트트릭까지 이끌어내는 등 기량이 만개했고, 이듬해 명지대로 진학(이 시기 명지대는 대학축구 최강팀이었다)해서는 신입생의 신분으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을 1984년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 대통령배 축구, 손웅정 2분 남기고 황금의 역전골. 【경향신문 1984.03.24】
비록 프로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재능과 멘털은 갖추고 있었던 선수라 비유하자면 현질(게임의 유료 아이템을 사는 것)이 아쉬운 캐릭터를 보는 느낌.
– 만약 조금 더 사이즈가 컸다면?
– 만약 조금 더 일찍 축구를 시작했다면?
– 만약 조금 더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런 가정을 현실화시켜준 것이 아들 손흥민이 아닐까.
▲ 손웅정을 업그레이드한 캐릭터 손흥민
손흥민은 100m 12초로 부친의 빠른 발은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신장은 183cm로 10cm 이상 크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초등학교 3학년으로 부친보다 3년이나 빨랐으며, 만 17세의 나이에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하면서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손웅정 축구아카데미를 통해 어린 시절의 손흥민이 혹독하게 익힌 기본기는 유럽 빅리그의 아시아 선수들이 20대 후반에 흔히 겪는 잔부상으로 인한 기량저하 없이 전성기를 이어가는 바탕이 되고 있다.
Reference:
– 조선일보. 영광의 대회 첫 해트트릭 (198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