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가 경기 중 실신한 모습
1924년 7월 5일, 뉴욕 양키스는 워싱턴 D.C. 에 위치한 워싱턴 세네터스의 홈구장 그리피스 스타디움에서 더블헤더 경기를 가졌다.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이날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베이브 루스(Babe Ruth)는 플라이볼을 쫓다가 펜스에 부딪혀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당시 그리피스 스타디움의 펜스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었고, 외야수를 보호하는 워닝트랙(Warning track)도 없었다.
▲ 실신한 베이브 루스
5분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루스는 심한 통증을 느꼈고 왼쪽 골반에 타박상까지 입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처음엔 펜스에 턱을 부딪힌 것으로 알았지만 검진결과 명치를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양키스의 밀러 허긴스(Miller Huggins) 감독과 트레이너는 경기 강행을 만류했지만 승부욕이 높았던 루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상대 투수가 당대 최고의 투수인 월터 존슨(Walter Johnson)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 월터 존슨(Walter Johnson)
루스는 절뚝거리면서도 남은 타석에서 2루타를 비롯해 2안타를 기록하면서 관중들의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최종 3타수 3안타, 2루타 2개)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세네터스 홈 관중이 상대선수에게 가장 많은 환호를 보낸 사건’으로 보도하기도 했다.(양키스도 2:0 승리)
▲ 두 사람은 모두 명예의 전당 ‘최초의 5인(The First Five)’에 포함되었다.
루스는 심지어 더블헤더의 두 번째 경기에도 쉬지 않고 출전을 하는 투혼을 보였다. 이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후유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지만, 다음날인 7월 6일 경기에서 시즌 22호 홈런을 비롯한 4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1924년 베이브 루스의 최종성적은 타율 .378(1위), 출루율 .518(1위), 장타율 .739(1위), OPS 1.258(1위)이었고 200안타, 46홈런(1위), 12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아메리칸 리그 2위(89승 63패)로 시즌을 마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고, 이 경기에서 맞붙은 워싱턴 세네터스가 아메리칸 리그 1위 자격으로 나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자이언츠를 누르고 우승했다. 또 상대 투수였던 월터 존슨은 다승(23승), 방어율(2.72), 삼진(158개)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MVP까지 수상했다.
※ 1920년대의 아메리칸리그는 이전 MVP 수상자들의 후보 자격을 제외했다. 이로 인해 1923년 MVP였던 베이브 루스는 1924년에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고, 60홈런을 친 1927년에도 MVP가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