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로 인해 발견된 페르시아의 불사조, 시모르그(Simorgh)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미얀 석불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획득한 탈레반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진 바 있다.
바미얀 석불은 6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유물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당나라 현장의 「대당서역기」에도 등장하는 인류 모두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었다. 또한 현재 이슬람 국가들의 터전이 된 중동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얀 석불의 존재는 페르시아까지 전해진 불교의 교류를 뒷받침해주는 주요한 증거였다.
▲ 탈레반에 의해 파괴되는 바미얀 석불
그런데, 불상이 파괴된 후 잔해를 정리하던 일본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페르시아 전설 속의 불사조 ‘시모르그(Simorgh)’가 발견되었다.
▲ 잔해 속에서 발견된 시모르그(Simorgh)문양
당시 연구소 측에 따르면 시모르그(Simorgh)의 생생한 모습이 발견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며 이슬람 이전의 이란, 즉 페르시아로부터 이 지역이 영향을 받은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과정을 명확히 증명해주는 시모르그(Simorgh)란 어떤 새일까.
▲ 일본 유희왕 카드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하는 시모르그
시모르그(Simorgh)는 독수리의 몸과 날개, 사자의 다리, 비둘기의 꼬리를 가진 강력한 힘을 가진 거대한 새로 불사의 존재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의 봉황과 비슷한 존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전설의 새는 조로아스터교가 지배하던 시절부터 유래되어 페르시아인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존재로 숭배되어 왔으며, 현대 이란인들의 의식 속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Fajr 국제영화제의 로고와 상패, 포스터에 그려진 시모르그
이란인들의 자긍심 중의 하나인 영화산업에 있어서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는데, 이란의 대표적인 국제영화제인 파지르(Fajr) 국제영화제는 이슬람혁명(1979년)을 기념한다는 명분 하에 1982년 시작된 영화제이다. 그런데 그런 종교적 정부의 설립을 기념하는 영화제의 트로피가 아이러니하게도 페르시아 전통의 상징 시모르그(Simorgh)인 것이다.
▲ 시모르그(Simorgh)로켓
게다가 2010년 발표된 인공위성 운반체 로켓의 이름이 시모르그(Simorgh) 로켓으로 명명되고, 로켓의 몸체에는 시모르그(Simorgh)의 휘장이 그려졌다.
▲ 이슬람혁명 30주년 기념포스터
심지어 이슬람혁명 30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의 휘장에 시모르그가 그려질 정도면, 이란인들의 제어할 수 없는 깊은 의식 속에는 페르시아의 가치가 여전히 함께 살아감을 보여주고 있다.
▲ 이란 시인 피르다우시(Ferdowsi)의 무덤에서 발견된 시모르그상(좌)
바미얀 석불이 파괴되었을 당시 전인류적 유산이 파괴되었음에 안타까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미얀 석불은 엄밀히 말하면 2001년에 파괴된 것이 아니다.
2001년 이전의 사진에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미얀 석불은 이미 그전부터 여러 차례, 다른 이들도 아닌 자국민들에게 파괴되어 다리가 사라지고 얼굴이 깎여져 오다가 현대에 이르러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으로 점차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의식 속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을 알 수 있다.
▲ 파괴 전 후의 바미얀 석불
이처럼 바미얀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문화유산은 종교적이든 민족적이든 그 시대 국민의 마음속으로부터 우리 것이 아니라고 거부되면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고 보호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페르시아의 시모르그(Simorgh)가 오랜 이슬람 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이란인들 속에서 생존을 넘어 정신적 유산으로 살아 숨 쉬는 모습은 미래 이란의 방향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에서 탈피하는 시대로 가야 함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