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기괴한 안과 간판과 만화 ‘나사식(ねじ式)’
일본의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柘植義春, 1937~ )는 1968년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린 작품 ‘나사식(ねじ式)’을 남겼다. 만화 내용 중 팔을 다친 주인공이 의사를 찾고자 안과 간판이 즐비한 몽환적인 길을 걷는 모습은 작품의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런 기괴한 풍경이 현실 속에 실재했는데 바로 과거 대만 안과 거리의 모습이다.
▲ 나사식(ねじ式)의 병원 찾는 장면
1960년대 당시 대만 남부 타이난의 거리에는 손으로 그린 눈 간판들이 즐비했다. 누가 봐도 안과병원임을 알게 해 고객을 이끌려는 의도였겠지만 가지각색의 눈동자들이 모여 쳐다보는 광경은 마치 요괴들의 소굴 같은 섬뜩한 느낌이다.
▲ 사진작가 왕슈앙츄엔의 ‘目’
최초 츠게 요시하루가 ‘나사식(ねじ式)’에 참조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화제가 되었던 사진은 사진작가 왕슈앙츄엔(王双全, 1920~1978)이 1962년 일본 카메라 잡지에 게재한 것인데, 사실 그보다 더 비슷한 사진은 잡지 『포토아트(フォトアート)』 1963년 5월호에 실린 주이웬(朱逸文)의 작품이다.
▲ 사진작가 주이웬의 작품과 나사식 비교
주이웬의 사진과 나사식의 해당 장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참조라기보다는 사진을 만화 배경으로 그대로 옮겨 그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