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집’의 정체

인터넷에서는 주기적으로 「아이슬란드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집의 모습」이라는 이미지가 돈다.

 

문제의 집이 있는 곳은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의 베스트만 군도(Vestmannaeyjar)에 속한 무인도 엘리다예이(엣를리하이, Ellidaey / Elliðaey).

 

마치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써도 될법한 운치 있는 풍경으로 눈길을 끄는데 ‘아이슬란드의 흔한 독채’라는 유머스러운 수식어부터 ‘속세를 등진 수도자의 집’이라거나 ‘괴짜 과학자의 집’과 같은 음모론, 혹은 아이슬란드의 유명가수 비요크(Björk)의 별장’이라는 디테일한 정보까지 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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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나 별장이 아니다.

 

베스트만 군도와 엘리다예이 섬


늘 진실은 소문보다 흥미롭지 않고 평범한 법.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집’은 주거용 건물이 아니라 1953년에 엘리다예이 사냥협회(Elliðaey Hunting Association)가 지은 관리소(The Lodge on the Elliðae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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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협회에 소속된 회원들이 섬에 서식하는 퍼핀(puffin, 코뿔바다오리)과 바다새를 사냥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임시로 머무는 베이스캠프인 것.


퍼핀과 여러 바다새들의 주요 서식지 이므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사냥협회 회원들이나 그 지인들 외에는 이곳에 올 수 없다고 되어있긴 하지만, 요금을 지불하면 관광객들도 보트 투어로 섬을 방문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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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만 군도와 엘리다예이 섬


엘리다예이 섬은 베스트만 군도의 가장 북동쪽에 위치해 있고, 면적은 0.45 km²로 바티칸 시국의 크기(0.44 km²)와 비슷하다.

군도에서는 세 번째로 큰 섬이지만 가파르고 척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사람은 전혀 살지 않는 무인도이며 퍼핀 외에는 야생동물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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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 주변은 멀리서 보면 마치 양탄자처럼 잔디밭이 깔려 아늑한 공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친 풀들이 수북이 자라나 있다. 이 풀들 사이로 깊숙이 800만 마리의 퍼핀이 둥지를 만들고 서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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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목초지


베스트만 군도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바람이 많이 불어 춥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인데, 거기에 더해 척박한 무인도에서라면 힐링은커녕 생존이 문제인 곳이다. 수도 배관도 없으며 통신이나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살고 싶다면 원시적 생활도 감수해야 한다.

 

비요크의 집?

 

아이슬란드의 유명가수 비요크(Björk)의 집이라는 이야기는 그럴듯한 기사와 함께 여전히 주장되고 있는 소문이다.


이 오해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브레이다피외르뒤르(Breiðafjörður)에 속한 엘리다예이(Elliðaey)섬이 매각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이다.


비요크가 이 섬에 관심을 보였다는 소문이 나오자 총리였던 다비드 오트손(Davíð Oddsson)은 “유명스타인 비요크라면 이 섬에 집을 짓고 임대료 없이 살게 해 줄 수 있다”고 한 것.  하지만 이후 비요크는 섬을 사지도 않았고 이곳에 집을 짓지도 않았다.

 

비요크 이름만 잠깐 나온 것으로 누군가 억측을 한 것이 그대로 루머가 돼버린 셈인데, 문제는 여기서 나온 엘리다예이가 다른 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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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요크(Björk)


아이슬란드에는 이름이 같은 두 개의 엘리다예이가 있다. 비요크와 관련된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브레이다피외르뒤르(Breiðafjörður)에 속한 섬이고,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집이 있는 엘리다예이는 베스트만 군도에 있다.

 

현지인이 아니라면 헷갈릴 수 있는 것으로, 마치 한국의 경기도 광주와 전라남도 광주를 외국인이 같은 도시로 착각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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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같지만 서로 다른 섬


심지어 브레이다피외르뒤르(Breiðafjörður)에 속한 엘리다예이는 무인도도 아니다. 또한 오해의 당사자인 비요크는 이 섬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수년째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서쪽의 에지시다(Ægisíða)에 거주하고 있다.

 

오래전에는 사람도 살았던 곳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엘리다예이 섬에도 사람이 살았다. 총 다섯 가구가 이곳에서 어로생활을 하며 소들을 키우고 퍼핀을 사냥하면서 거주했다고 한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척박한 환경, 다섯 가구 안에서 배우자를 찾아야 하는 현실 등에 질린 사람들은 섬을 떠나기 시작했고 1930년에는 결국 마지막 거주민이 섬을 빠져나왔다.

 

섬 주민들은 편히 살아가기에는 수천 명이 모여사는 이웃 섬 헤이마에이(Heimaey)가 훨씬 낫다는 것을 수백 년 만에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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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마에이(Heimaey)


하지만 퍼핀을 사냥하기에는 엘리다예이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사냥협회는 이곳에 따로 관리소를 짓고 베이스캠프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엘리다예이 섬에서는 한 해 26,000마리의 퍼핀이 사냥된다. 퍼핀 요리는 베스트만 군도 지역민들의 소울푸드로 명절이나 축제에는 빠지지 않는 필수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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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핀 무리


당시 최초로 섬에 지어졌던 첫 번째 관리소는 아직도 있지만 너무 낡아서 현재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으며, 1953년에 새로운 관리소가 지금의 위치에 지어졌다.


이 관리소도 너무 낡아서 1994년에 철거되었고, 1996년에 현재의 관리소가 완공되었으며 2001년에는 빗물 수집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우나도 바로 옆에 지어지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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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Aðalskipulag Vestmannaeyja 2015-2035. link
– ‘The Independent’ article, (2/10/2000).
– Fyrri hluti fornleifaskráningar fyrir Vestmanneyjar. 2002.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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