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섬, 미징고(Migingo)

아프리카 최대의 빅토리아 호수에 있는 미징고 섬(Migingo Island)의 면적은 2,000㎡.


세계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작은 섬들‘ 글 속의 암굴의 성모 섬(3,030㎡)보다는 작고, 온두라스의 던바르 섬(1,394㎡)보다는 크다.

 

문제는 두 섬은 모두 종교적 이유나 휴가지로 쓰이는 곳이라 상주인구는 많지 않다. 하지만 미징고 섬은 축구장 절반 크기에 불과한 땅에 현재 무려 1,000명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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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징고 섬의 탄생


1926년, 케냐의 지도에 자국령으로 표시되며 공식적으로 문서에 처음으로 등장한 미징고 섬. 하지만 오랜 시간 악령이 깃든 섬으로 여겨져 무인도로만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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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본 미징고 섬


이후 1991년, 케냐국적의 어부 달마스 템보(Dalmas Tembo)와 조지 키베베(George Kibebe)가 주술사 한 명과 섬에 상륙했다.


주술사는 300kg의 물고기를 받고 퇴마의식을 통해 악령을 사라지게 했고 ‘이제는 평화로운 섬이 되었다’는 소문은 금세 퍼져나갔다. 곧바로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주변국에서 온 어부 60여 명이 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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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로작업을 하기 좋은 위치라는 이점 외에도 빈부격차가 없고 악한 사람이 없는, 마치 홍길동전의 ‘율도국’처럼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정착했다.

 

불과 350m 떨어진 곳에 훨씬 큰 우싱고(Usingo)섬이 있지만(면적: 74,600㎡) 이곳에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별로 없다. 아직 퇴마의식을 하지 않아 악령이 깃들어있다는 믿음 때문인데, 이를 통해 아프리카인들의 주술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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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싱고에서 바라본 미징고

 

 미징고에 어부들이 모이는 이유와 분쟁


이 섬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풍부한 어획량 때문이다.

빅토리아 호수 주변의 어획량이 감소하던 시기에 호수 안에 있는 이곳은 나일 파치(Nile perch)라고 불리는 대형 어종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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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일 파치


유럽으로만 수출되던 나일 파치가 점점 아시아로도 판로가 확대되자 가격은 지난 5년간 50%나 급상승했고, 미징고의 어부들이 이 물고기를 잡아 벌어들이는 돈은 주당 250~300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본토에서 2~3개월을 벌어야 가능한 수치. 벌어들이는 돈의 단위가 커지자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빅토리아 호수 주변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어민들이 미징고에 몰려들어 마치 거북이의 등갑처럼 보이는 철갑섬(The Iron-Clad Island)이 만들어졌고 무관심하던 국가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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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서며 우간다 당국은 이곳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1991년에 최초로 상륙한 케냐 어부 2인의 정착 사실도 부정했다.


우간다 정부는 케냐 어부들을 쫓아내고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이곳을 점령하였고, 근처에서 어업을 하는 케냐 어부들에게도 허가증을 발급받으라는 강요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하거나 잡은 물고기를 강탈했다.

 

케냐 역시 이를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쟁」으로 불리는 양국 간의 갈등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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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징고 섬 주변의 국경선


구글어스를 통해 빅토리아 호수 안에 그려진 우간다-케냐 국경선을 보면, 미징고는 국경선에서 동쪽으로 510m 떨어져 있다.

 

결국 섬은 케냐령이고 인근 수역만이 우간다에 속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 하지만 우간다는 여전히 영유권 주장을 하던 끝에 2016년 케냐-우간다 국경 공동위원회를 통해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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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동관리’라는 명확한 주인이 없는 상황은 오히려 양국 해경들이 수역을 넘어온 불법어업의 책임을 힘없는 어부들에게 묻는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미징고 섬의 운영


최초로 섬에 상륙했다는 케냐 어부 2인이 명예 상원의원으로 추대되어 있는 상황이며, 투표로 선출된 5명의 상원의원(30세 이상의 남성만 가능)이 종신직을 수행하는 등 나름 소규모 자치구스러운 조직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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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발한 연안시장


나름의 법체계도 갖고 있어서 주민으로 등록되지 않은 외지인들은 방문은 가능하지만 하루 이상을 머물러서는 안 된다. 또한 죄를 지으면 짚으로 만든 채찍으로 매를 맞은 후 추방되는데, 지금까지 6명이 절도죄로 추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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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징고섬 주민들은 케냐와 우간다의 공동관리체제하에 수입의 25%를 두 국가에 각각 납세하며, 추가로 10%를 미징고 운영위원회 측에 치안유지비와 관리비로 낸다. 수입의 무려 60%가 세금으로 거두어지는 셈.

 

심지어 보트를 임대한 어부들은 어획량의 80%를 보트 소유주에게 지불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본토에서보다 훨씬 벌이가 나아서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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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골드러시 시대처럼 2009년에는 131명까지 인구가 늘었고 2018년에는 400명에 이르더니 현재는 무려 1,000명 이상이 섬주민이 된 것이다.


물론 이중에는 주말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들도 다수지만, 케냐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온 우간다 어부들은 본토까지 1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 년에 한번 고향에 갈까말까 한 ‘미징고 토착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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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병원, 충전소


좁은 섬이지만 특별한 불편함도 없다. 돈 많은 상주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편의시설도 자연스레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징고에는 숙박업소, 병원, 약국, 식당, 매춘업소, 이발소, 전자제품 수리점에 심지어 은행과 소규모 카지노까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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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실과 수선실


미징고 섬은 낙후된 아프리카에서 현재 가장 뜨겁다.

새벽이 되면 어부들은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펼치고, 밤이 되면 주변국에서 온 여성들이 어부들을 상대로 유흥업을 하며 24시간 쉴 틈 없이 삶의 쳇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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