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계 축소모델’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를 보기 편하게 축소한 것이 ‘태양계 모델’. 이 축소 모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스웨덴에 있다.
무려 2,000만 분의 1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전역에 걸쳐서 재현되었다고 하니, 태양계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덧붙여 우주의 크기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 스웨덴에 태양계 행성이 배치된 지도
태양이 위치한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배치된 행성들은 크기와 실제 행성 간의 거리를 비율에 따라 정확하게 배치하는 데 공을 들였으며, 각 행성이 표시된 지점에서 천문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행성과 관련된 신화와 문화를 제공하는 등, 관광과 교육적 가치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각 태양계 행성들은 어떤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을까?
태양(Sun)
먼저 가장 중요한 태양의 역할은 스톡홀름에 위치한 아비치 아레나(Avicii Arena)라는 다목적 건물이 맡고 있다. 보통 글로벤(Globen)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태양을 맡은 건물답게 ‘세계 최대의 반구형 건물’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는데, 외벽 지름이 무려 110m, 내부 높이는 85m에 달하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수용 가능한 인원도 16,000명으로 2000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와 2012년 세계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 등 대규모 이벤트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1989년 2월 19일 개장 당시에는 스톡홀름 글로브 아레나(Stockholm Globe Arena)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였으나, 2009년에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이 명명권을 구입하여 2021년까지 에릭슨 글로브(Ericsson Globe)로 불렸다.
현재 이름인 아비치 아레나(Avicii Arena)는 2018년에 사망한 스웨덴의 DJ 아비치(Avicii, 1989~2018)를 기리고자 명명되었다.
눈에 띄는 크기 덕분에 스톡홀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으며, 반구형 건물외벽을 타고 올라가며 도시경관을 감상하는 글로벤 스카이뷰(Globen Sky View)라는 엘리베이터 관광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글로벤 스카이뷰(Globen Sky View)
모델의 크기는 태양 구체뿐만 아니라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쪽을 구성하는 코로나(corona)까지 감안하여 적용되었다.
수성(Mercury)
아비치 아레나(Avicii Arena)로부터 2.9km 떨어진 지점인 스톡홀름시립박물관(stadsmuseum)에 조각가 페테르 바헬리(Peter Varhelyi)에 의해 1998년에 만들어진 직경 25cm의 수성 구체가 설치되어 있다.
이 모델은 수성의 기호와 수성을 묘사한 문구들이 새겨져 있으며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 페테르 바헬리(왼쪽)
금성(Venus)
2004년, 미국의 예술가 다니엘 오베르티(Daniel Oberti, 1945~2009)에 의해 제작된 직경 62cm의 금성 모델은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5.5km 떨어진 KTH(왕립 기술연구소)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2011년 6월 11일, 작품이 추락하여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임시로 설치되었던 금성모델
이후 근처의 천문학 박물관의 복도에 임시적으로 약간 허접한 금성 모델이 설치되었다가 현재는 새로운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 새롭게 제작된 금성 모델
지구와 달(Earth & Moon)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7.6km 떨어진 스웨덴 자연사박물관(Cosmonova)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델(직경 65cm)을 볼 수 있다.
지구 모델 옆에는 지구의 위성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근처 기둥에는 조각가 페테르 바헬리(Peter Varhelyi)가 제작한 달의 모델(직경 18cm)이 설치되어 있다.
▲ 기둥에 부착된 달 모델
화성(Mars)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11.6km 떨어진 스톡홀름 교외의 쇼핑몰 Mörby Centrum에 직경 35cm의 화성 모델이 설치되어 있다.
핀란드 작가 헤이키 하파넨(Heikki Haapanen)이 구리로 만든 이 작품은 바닥의 둥근 강철판에서 나온 뼈대로 연결되어 있다. 바닥의 둥근 판은 지구를 의미하며, 뼈대의 의미는 ‘탯줄(umbilical cord)‘ 이라고 한다. 또, 화성 모델에는 화성을 이루는 화학성분의 기호가 새겨져 있다.
여기까지가 태양계의 내행성(Inner Planets)을 이루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며 이들은 모두 스톡홀름 시내에 위치한다. 외행성(Outer Planets)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등은 시내 바깥으로 흩어져 배치되어 있다.
목성(Jupiter)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40km 떨어진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Stockholm-Arlanda flygplats) 근처의 스카이시티 교차로에서 직경 7.3m의 목성 모델을 볼 수 있다. 가스행성 목성의 모습을 꽃으로 정교하게 표현해냈지만, 조만간 다른 행성들처럼 3D 모델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토성(Saturn)
아비치 아레나에서 73km 떨어진 웁살라의 천문대 외부 중앙광장에 토성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천문대를 지은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는 스웨덴 출신으로 온도계를 발명하였으며, 섭씨온도계의 눈금 명칭 ‘섭씨(Celsius)’ 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사진처럼 직경 6.1m의 토성모델이 곧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토성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토성만큼 유명한 위성 타이탄의 모델은 설치되어 있다. 2010년, 스웨덴 디자이너 호칸 해리손(Håkan Harrysson)에 의해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옹스트롬 연구소의 외벽에 부착된 전등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위성 타이탄의 직경은 비율상 23cm 지만, 태양계의 위성 중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가진 특징을 감안하여 전시된 모델은 40cm로 설계되었다.
천왕성(Uranus)
스웨덴 중동부의 항구도시 예블레(Gävle)의 후루비크 공원(Furuviksparken) 내에 설치되었던 천왕성 모델은 부주의로 파괴되었지만 2012년 10월,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146km 떨어진 뢰브스타브루크(Lövstabruk)에 새로운 천왕성 모델(직경 2.6m)이 설치되었다.
천왕성은 특이하게도 자전축이 무려 98도나 기울어져 다른 행성과는 달리 거의 수평방향에 가깝다. 즉, 다른 행성들은 팽이처럼 자전하며 태양을 공전하고 있지만 천왕성은 바퀴가 굴러가듯 자전하며 태양을 돌고 있는 것. 설치된 모델에는 이런 특이한 자전축의 모습을 빨간 파이프로 표시해두었다.(위 사진 참조)
해왕성(Neptune)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229km 떨어진 지점인 쇠데르함(Söderhamn)에 해왕성 모델(직경 2.5m)이 설치되어 있다.
해왕성(Neptune)은 로마 신화에서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바다의 왕을 그대로 직역해서 해왕성(海王星)이라고 칭한 것. ‘바다의 신’답게 이 모델도 항구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크릴로 제작되어 야간에는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명왕성과 위성 카론(Pluto & Charon)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300km 떨어진 델스보(Delsbo)에 위치한 남부 델렌 호수(Dellensjöarna)는 약 90억 년 전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충돌로 인해 형성된 희귀 광물 델레나이트(dellenite)로 만들어진 직경 12cm의 명왕성 모델과 6cm의 위성 카론이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두개의 ‘묘비’모양 기둥 안에 들어있는데, 이것은 플루토(명왕성)가 죽음의 신(神) 하데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기 때문.
하지만, 명왕성은 2006년부터 행성의 지위에서 내려온 상태다.
▲ 스웨덴 태양계 모델이 위치한 지도
이렇게 태양계 행성 모델 외에도 알려진 다른 천체 모델들도 설치되어 있다.
소행성 에로스(433 Eros)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11km 떨어진 단데뤼드(Danderyd)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2.0 mm × 0.7 mm × 0.7 mm 크기의 금으로 만들어진 소행성 에로스가 전시되어 있다.
▲ 니어 슈메이커(NEAR Shoemaker) 호의 소행성 에로스 탐사궤도
모델의 전시 개막일은 연인 간의 기념일로 알려진 발렌타인데이로 정해졌다. 이것은 에로스를 탐사하기 위해 발사된 무인탐사선 니어 슈메이커(NEAR Shoemaker) 호가 2001년 2월 12일 에로스에 착륙하였고, NASA가 이 사실을 발표한 것이 2월 14일이었기 때문이다.
소행성 살티스(36614 Saltis)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11km 떨어진 스웨덴 동남부의 살트셰바덴(Saltsjöbaden)에 있는 쿤스캅스콜란(KunskapsSkolan)학교에 설치된 소행성 살티스(Saltis)는 직경 1mm 이하의 크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2010년에 학교와 국가재정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디자이너 보스 포크(Bosse Falk)에 의해 제작되었다.
소행성 살티스는 2000년에 쿤스캅스콜란의 교사였던 알렉시스 브란데커(Alexis Brandeker)에 의해 발견되었고, 도시의 이름을 붙여 살트셰바덴(Saltsjöbaden)으로 명명되었다가 도시의 별명인 살티스(Saltis)로 변경되었다.
소행성 팔로마-라이덴 5025(5025 PL)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60km 떨어진 웁살라 근처의 작은 마을 크니브스타(Knivsta)에 소행성 팔로마-라이덴 5025의 ‘흔적‘이 있다.
크기상으로 구현한다면 0.2mm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소행성 설치물은 없고, 해당 위치에 스웨덴 태양계 모델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위)를 걸어두고 있다.
핼리혜성(Halley’s comet)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204km 떨어진 셰브데(Skövde)의 발타자르 과학센터(Balthazar Science Center) 외부 벽면에 작가 요한 비킹(Johan Wiking)에 의해 3개의 부조가 전시되었다. 과학센터의 실내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혜성의 모습에 레이저빔을 쏘아 혜성의 빛나는 긴 꼬리를 재현한 설치물(아래)도 따로 전시되어 있다.
76년을 주기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핼리혜성은 에드먼드 핼리(Edmund Halley, 1656~1742)에 의해 정확히 주기가 관측되었고, 가장 최근에 출현한 것이 1986년이므로 2062년이 되어야 관측할 수 있다.
스위프트-터틀 혜성(Comet Swift–Tuttle)
스위프트-터틀 혜성의 가장 가까운 근일점은 스톡홀름에 있는 태양(아비치 아레나) 근처까지 이르고, 먼 지점은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390km 떨어진 블레킹에(Blekinge) 주 칼스함(Karlshamn)에 이르며, 이곳에 위치한 크레티붐 과학센터(Kreativum Science Center)에 설치된 지도상에 궤도로만 표시되어 있다.
▲ 스위프트-터틀 혜성 궤도
스위프트-터틀 혜성은 유성군 중에서 가장 유명한 페르세우스자리 유성군(Perseids)과 연관이 있다.
페르세우스 유성군은 130년 주기로 태양 주기를 도는 혜성인 스위프트-터틀(Swift-Tuttle)이 궤도를 지나는 동안 물질(잔해)을 흘리고 다님으로써 형성되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 물질은 초속 약 11~70km의 속도로 떨어지며 대기와 결합해 산화하면서 빛을 만들어낸다.(별똥별)
2013년 8월 13일에는 페르세우스 유성군(Perseids)이 만들어낸 별똥별이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별똥별 우주쇼(위 사진)’가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익시온(Ixion)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360km떨어진 헤르뇌산드(Härnösand)의 테크니셔스 과학센터(Technichus science center)에 직경 6.5cm의 익시온이 전시되어 있다. 익시온은 스웨덴의 과학자가 포함된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소행성이다.
에리스(Eris)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510km 떨어진 우메오(Umeå)의 비즈니스 파크에 직경 13cm의 소행성 에리스가 전시되어 있다.
2003년 발견된 소행성 에리스는 행성이었던 명왕성보다 직경도 크고 질량도 27%나 더 커서 천문학자들로 하여금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결국 국제천문연맹(IAU=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은 2006년에 총회를 개최하여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격하시켰다.
세드나(Sedna)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810km 떨어진 룰레오(Luleå)에 2003년 11월 14일에 발견된 소행성 세드나의 모델(직경 10cm)이 전시되어 있다. ‘세드나’라는 이름은 이누이트 신화 속의 차가운 바닷속에 살면서 모든 바다 생물을 만들어 내는 ‘바다의 여신’으로부터 유래되었다.
태양풍이 미치는 태양권 가장자리(The Terminal Shock is the edge of heliosphere)
태양에서 방출되는 이온화된 가스의 흐름인 태양풍이 미치는 범위인 태양권(heliosphere) 가장자리, 즉 태양계의 끝을 의미한다.
아비치 아레나로부터 950km 떨어져 있는 북극권인 키루나(Kiruna)의 스웨덴 우주물리 연구소(Institutet för rymdfysik)에 현재는 특별한 설치물이 없지만 향후 설치될 작품을 위한 단상과 공간을 마련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