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㊻ 1918년, 목숨을 건 ‘체스 한판’
러시아의 체스마스터 오시프 번스타인(Ossip Bernstein)은 1918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볼셰비키 비밀경찰에게 체포되었다. 그는 과거 은행의 법률고문으로 있었고 이는 ‘반혁명적 자본주의자‘라는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기 충분했다.
▲ 오시프 번스타인(Ossip Bernstein, 1882~1962)
사형이 집행되던 당일, 번스타인은 처형장으로 늘어진 줄에 대기하고 있었고 차례가 다가오자 사형집행인이었던 장교가 명단을 확인했다.
그런데 담당 장교는 체스 애호가여서 번스타인의 이름과 얼굴을 대번에 알아보았고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자네가 나와 체스 한판을 둬서 만약 이기면 풀어주겠네. 하지만 비기거나 지면 처형이고.”
평소라면 받아들일 리가 없는 말도 안 되는 내기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번스타인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랜드마스터답게 순식간에 판을 끝내버렸고, 장교가 약속을 지켜 석방하자 곧바로 탈출해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 1946년의 오시프 번스타인
아마도 러시아 장교는 체스 애호가답게 아까운 재능을 가진 번스타인을 살려주고 싶었을 테고, 석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그가 무조건 이길 내기를 제안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