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비티(Monica Vitti)의 전성기 모습

‘이탈리아 영화의 여왕‘이라는 호칭으로 유명한 모니카 비티(Monica Vitti)는 1931년 11월 3일 로마에서 태어나 아마추어 극단 활동을 하다가 1954년 ‘Ridere! Ridere! Ridere!‘라는 코미디 영화로 데뷔했다.

 

무명배우였던 그녀는 오늘날 대감독으로 불리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1912~2007)의 영화들에 주연으로 발탁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연인관계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찍었던 영화는 외침(Il Grido, 1957), 정사(L’Avventura, 1960), 밤(La Notte, 1961), 태양은 외로워(L’Eclisse, 1962), 붉은 사막(Red Desert, 1964)등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전성시대를 함께 이끌었다.

 

▲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과의 촬영. 영화 ‘태양은 외로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아카데미 명예상(199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1967),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1964),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1961)을 모두 수상한 전 세계 세명의 감독 중 한 명이고, 여기에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1957)을 포함한다면 이 모든 상을 수상한 유일한 감독일 정도로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렇다면 모니카 비티는 단지 감독을 잘 만난 여배우였을까? 그 정도 배우였다면 ‘좋은 배우’로 불렸을 뿐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안토니오니와의 결별 이후에도 1980년대까지 이탈리아 골든 글로브(Globo d’oro) 여우주연상을 7회 수상했고, 다비드 디 도나텔로(David di Donatello) 최우수 여배우 부문 5회, 나스트로 디아르젠토(Nastro d’Argento) 여우주연상을 2회 수상하는 등 80년대까지 전설의 길을 걸었다.

 

▲ 영화 ‘정사(L’Avventura, 1960)’의 한 장면

그런 그녀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는데, 이후 2011년에야 ‘모니카 비티가 화려한 영화계를 떠난 것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로마에서 남편(로베르토 루소, Roberto Russo)의 헌신적인 간호로 투병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2022년 2월 2일(현지시각), 향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영화인은 물론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애도를 표하는 가운데 장례식은 대배우의 명성에 맞게 이탈리아 국회의사당에서 대중과 함께 치러지며, 2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 로마 포폴로 광장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인 몬테산토 성당(Santa Maria in Montesanto)에서 장례미사로 마지막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아래는 모니카 비티의 전성기 시절의 활동을 담은 사진들이다.

 

▲1959년, 모니카 비티와 이탈리아 정치인 아킬레 코로나(Achille Corona, 1914~1979)가 파티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1960년 5월 4일부터 5월 20일까지 열린 제13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모니카 비티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이 해에 ‘정사(L’Avventura, 1960)’로 안토니오니 감독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1961년,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는 모니카 비티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1961년, 모니카 비티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대기실에서 쉬고 있는 모습.


▲ 1961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모니카 비티에게 담뱃불을 붙여주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랜 연인관계이기도 했다.


▲ 1963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니카 비티.


▲ 모니카 비티의 본명은 마리아 루이사 체시아렐리(Maria Luisa Ceciarelli)였고 데뷔 초기에는 본명을 사용했다.

 

▲ 1964년 10월,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가 그의 희곡으로 만들어진 연극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의 초연이 끝난 후 모니카 비티와 나폴리의 극장 대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 1965년, 담배를 손에 든 모니카 비티. 그녀의 흡연량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시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은 섹시함을 어필하는 포즈이기도 했다.


▲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들고 있는 모니카 비티. 담뱃재를 털지 않은 모습이 피지는 않고 사진 촬영을 위해 들고 있는 느낌이다.


▲ 1965년, 영화 ‘여자 007 모디스티(Modesty Blaise, 1966)’ 촬영 중 대기하던 모니카 비티가 와인을 마시고 있다.


▲ 1965년, 영화 ‘여자 007 모디스티(Modesty Blaise, 1966)’세트장에서 연기 중인 모니카 비티와 클라이브 레빌(Clive Revill, 1930~ ).


▲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니카 비티. 그녀는 이탈리아 영화계를 평정했지만 언어적 장벽과 비행기 여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해외진출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 1968년 5월, 칸 영화제에 모인 모니카 비티,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1933~ ), 루이 말(Louis Malle, 1932~1995). 이들은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으나 이 해 프랑스에서 일어난 68운동(Mai 68)으로 인해 영화제가 취소되며 귀국해야 했다.

 

▲ 1969년 10월 2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이 끝나고 레스토랑의 축하연에 앉아있는 모니카 비티.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시점이다.


▲ 1980년, 모니카 비티와 영화 노틀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 1956)의 ‘에스메랄다’로 유명한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 1927~ )가 제1회 이탈리아 영화제 폐막식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1984년 3월 2일,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 잭 랑(Jack Lang)이 모니카 비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이날 프랑스 문예공로훈장(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여받았다.

 

1995년, 모니카 비티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발표했다.

“이제야 날아올랐습니다. 열다섯 살부터 시작한 연기는 제 인생 그 자체입니다. 매일 연기에 도전하고 연기에서 삶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직업도 영화배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