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6일

100년간 명당으로 위세를 떨쳤던 서울 중림종합사회복지관 터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우선 이곳은 한국 최초로 고무신을 생산했던 대륙고무주식회사의 중림동 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대륙고무는 원래 경성부 용산 원정 1정목(京城府 龍山 元町 一丁目)에서 출발하였으나 1930년대 초에 이 터를 3만 원에 구입해 공장을 건설하고 이전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
▲ 중림종합사회복지관 모습(2021년 10월)


일제시대에 이곳은 고무신과 고무제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대륙고무의 본산지로, 지금의 조용한 복지관의 모습과는 달리 수많은 여직공들이 매일 출퇴근하는 일상이 흔한 풍경이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3
▲ 1930년대 후반 대륙고무신 포스터 ©서울역사박물관


그렇다면 대륙고무에 돈을 받고 터를 팔았던 원래 주인은 누구였을까.

 

중림종합사회복지관 근처에는 유서 깊은 건물이 현존하는데 바로 1892년 9월에 준공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벽돌 건물 ‘약현성당(藥峴聖堂)’이다. 약현성당의 ‘약현’이라는 명칭은 만리동에서 서울역에 걸쳐있는 약현고개(약현산)에서 따온 것으로 예부터 이 산에 약초밭이 많아 ‘약전현(藥田峴)’이라고 칭한 데서 유래되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5
▲ 천주교 약현성당(사적 제252호)


또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집안은 현재의 중림종합사회복지관 터에 살던 연안 김씨댁으로 이들 역시 일대에서는 지역명칭인 ‘약현’을 넣어 ‘약현 김씨‘라고 불렸다.

 

광해군(光海君, 1575~1641) 시기에 약현 김씨 일가는 참혹한 화를 당하면서 3~4대 동안은 몰락한 일파로 숨죽여 지냈다. 하지만 김익(金熤, 1723~1790)이 41세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오르며 망해가던 집안을 일으켰고, 영조 때는 영의정에 오르며 크게 출세했다.

 

김익의 아들 김재찬(金載瓚, 1746~1827)도 좌의정과 영의정을 역임하며 조선시대에 일곱 차례밖에 없는 부자 영의정으로 기록되었고, 대를 거너 김재찬의 손자 김유연(金有淵, 1819~1887)도 우의정을 역임하며 4대에 걸쳐 삼공을 지낸, 이른바 ‘사세삼공(四世三公)’을 낸 터로 큰 명성을 떨쳤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7
▲ 김재찬(金載瓚) 초상


이처럼 줄기차게 정승을 배출하며 사세삼공 시대를 맞은 100여 년간은 압도적인 명당으로 정점에 올랐지만 달이 차면 기우는 시기도 오는 법.

 

조선왕조가 몰락하고 시국이 크게 변화하면서 지기(地氣)의 운도 바뀌었는지 김유연은 슬하에 아들이 없어 김만수(金晩秀, 1858~1936)를 양자로 들였다. 김만수는 과거에 급제해 대한제국 시대에는 주불공사로 파견되기도 한 인물로, 일제시대에는 이왕직 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나 선친들처럼 최고위직에 오르지는 못했다. 또한 양자라 그런지 고택(古宅)에 대한 애정도 없어서 결국 1932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을 팔아치우며 약현 김씨의 종지부를 찍었다.

 

김만수의 재산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들은 일제시대의 금융인이자 언론인이었던 김사연(金思演, 1896~1950)이다. 그는 조선곡자회사(朝鮮麯子會社)의 사장도 역임하는 등 경성의 유지로 유명했기 때문에 부친이었던 김만수 역시 경제상황이 궁핍해서 집을 매매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9
▲ 김사연(1896~1950)


김사연은 일제말기에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國民精神總動員朝鮮聯盟)의 이사로써 태평양전쟁 참전을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하였으며 오늘날 여러 단체에서 지정하는 친일인사 명단에는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인물이 되었다.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6길 16(중림동)에 있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전통적인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터만큼은 뚜렷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1
▲ 중림동 대륙고무공장 모습


이처럼 위세를 떨치던 약현 김씨 일가의 집이 양자의 손에 의해 팔려 허물어지고 고무공장이 들어섰음에도 한동안 일대 주민들은 이곳을 ‘대신댁 터‘라고 부르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터줏대감을 버릇처럼 기억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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