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62) 1918년, 스웨덴의 나무 민간요법
1918년, 스웨덴 중부 스베알란드 지역의 우플란드(Uppland)에서 한 부모가 구루병(Rickets)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를 나무의 구멍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17~19세기경, 스웨덴에서는 울창한 숲에 마법의 힘이 있다고 믿어졌고 각종 질병을 위한 ‘치료 나무‘가 존재했다.
특히 구루병에 걸린 아이는 두 갈래로 자라나다 붙어버린 ‘스뫼이트래드(Smöjträd)’라 불리는 특이한 나무의 구멍 사이로 통과시키면 치유된다는 민간요법이 성행했다.
▲ 스뫼이트래드(Smöjträd)
자연상태에서 보기 힘든 형태 때문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졌기에, 소유지에 이런 나무가 있는 사람은 큰 돈을 벌 수도 있었다.
병에 걸린 아이는 달이 지는 목요일 늦은 시간에 나무로 데려갔다. 목요일을 택하는 이유는 들판의 신이자 질병과 악의 세력을 막아주는 수호신인 토르의 날이었고, 달이 지면과 가까울 때 악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질병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 과거의 스웨덴 의사(?)
단정한 옷을 입힌 아이는 악마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서 구멍으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을 세 차례 반복하였으며, 마지막 통과시킬 때는 셔츠를 구멍에 끼게 하여 나무에 남겼다. 이것은 질병이 아이의 몸에서 빠져 나무에 남는 것을 의미했다.
▲ 위 쪽이 붙기 전의 나무
17세기 무렵 구루병은 스웨덴에서 아주 흔한 아동기 질병으로 대두되었다. 민간에서는 ‘2세 이전에 햇빛을 쬐면 안 된다‘라고 믿어졌는데 이는 비타민D 섭취를 막는 행위였다. 19세기에는 비타민D가 포함된 고기보다 감자 위주로 식단이 바뀐 것도 이 병이 유행한 원인 중 하나였다.
과거 한국의 미신을 정리한 내용 중에도 ‘갓난아기에게 백일 동안 햇볕을 보이지 않으면 장수한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있는 것을 보면, 어두운 엄마의 뱃속에 오래 있다 나온 아기에게 세상의 밝은 빛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식의 비과학적인 사고로 추측된다.
– 관련 글: 20세기 초, 한국의 미신
▲ 2012년, 스웨덴 민속신앙 전시회의 구루병 치료 일러스트 ⓒ Gunnar Creutz
당시 스웨덴에는 엄마가 혼전성경험이 있는 경우 아이가 구루병에 걸린다는 믿음이 있었다. 자유연애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 혼전성경험을 갖는 것은 주로 매춘부들이었고, 이런 이유로 신분이 불분명한 미혼여성에게 어린아이를 만지게 하거나 쳐다보는 것은 피해야 할 금기였다.
또한 임산부가 임신 중에 시신을 본 경우, 열려 있는 무덤을 들여다본 경우, 교회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불경한 행동을 한 경우에도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고 믿어졌고, 세례를 받지 않는 경우에도 감염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호도되었다.
▲ 정상적인 다리와 구루병에 걸린 다리(오른쪽)
불과 100년 전인 1920년대에 들어와서야 구루병의 원인은 비타민D의 결핍으로 골격이 약해져 기형이 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질병이나 불행은 초자연적인 존재나 악한 능력을 가진 사람(마녀)에게 저주받았기 때문이라고 믿어졌기에 그 해결법도 미신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