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72) 성폭행 방지용 콘돔, 레이펙스(Rapex)

2005년 8월 31일, 성폭행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레이펙스(Rapex)’라는 이름의 콘돔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공개되며 화제가 되었다.

 

 최초 ‘레이펙스(Rapex)’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이 제품은 EU의 위험한 소비재를 경고하기 위한 시스템(The Rapid Alert System for Non-Food Products, RAPEX)의 약칭과 같아서 곧 ‘레이프액스(Rape-aXe)’로 변경되었다.


2005년 8월 31일, 성폭행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레이펙스(Rapex)'라는 이름의 콘돔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공개되며 화제가 되었다. 1


레이프액스(Rape-aXe)의 성폭행 방지 원리는 사진만으로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여성이 위험한 지역에 가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였을 경우, 레이프액스를 자신의 성기에 삽입해두면 낚싯바늘처럼 생긴 내부에 있는 25개의 갈고리가 성폭행범의 음경을 파고들어 범죄를 방지하게 되는 것이다.

 

레이프액스에 걸려들면 구조상 의사의 도움 없이는 절대 벗겨낼 수가 없기 때문에 지역 언론에서는 걸려들면 빠져나갈 수 없는 식충식물에 빗대어 ‘페니스 파리지옥‘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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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충식물 파리지옥


이 성폭행범들의 지옥을 발명한 것은 남아공의 소넷 엘러스(Sonette Ehlers)라는 여성.


수혈센터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한 여성이 ‘나의 그곳에 이빨이 있었다면!‘이라고 한탄하는 것에 영감을 받았고 칠성장어(Arctic lamprey)의 구강구조를 본떠 레이프액스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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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프액스를 설명하는 소넷 앨러스


그녀에 따르면 이 콘돔을 테스트해본 여성들은 대부분 만족했다고 한다. 사용하기가 쉽고 실험에 사용된 플라스틱 음경을 이름처럼 도끼로 장작을 패듯이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실험에 지원한 남성들은 없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곧 양산에 들어갈 기세였던 레이프액스는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허점을 지적당하면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사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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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성장어(Arctic lamprey)의 입


우선 남아공의 여성단체들은 이것이 여성에게 족쇄를 채우는 ‘중세시대의 정조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성폭행범을 마비시키거나 극심한 고통에 빠지게 해서 여성이 도망칠 시간을 쉽게 벌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에 하나‘ 가해자가 쓰러지지 않았을 경우 더욱 분노해서 폭력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살해사건이 될 상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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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프액스의 특허도면


더욱이 가해자가 ‘두 명 이상이라면?‘ 한 명을 제압한다 해도 나머지 가해자들에 의해 성폭행은 물론 폭력과 살인이 뒤따를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남아공의 성범죄 65%는 집단성폭행이었다.

 

게다가 이 제품이 대량생산되어 일상화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성범죄자들은 손가락이나 도구 같은 것으로 레이프액스의 존재를 먼저 확인하고 간단히 무력화시킬 것이 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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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프액스(Rape-aXe)


따라서 성폭행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인 여성이 정조대와 같은 물건을 차고 다니기 이전에 사회인식의 개선과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양산을 예고했던 이 제품은 일반에 판매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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