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76) 1962년, 프랑스 최초의 ‘쥐’ 우주비행사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출현한 탄도미사일이 종전 후에는 ‘우주‘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소련과 미국은 원숭이와 개를 인간보다 앞서 우주로 보내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은 프랑스도 1960년대에 이 대열에 합류했다.
▲ 프랑스의 베로니크 로켓
1952년부터 베로니크(Véronique)라는 소형로켓을 개발해온 프랑스의 우주개발연구위원회(Comite de Recherche Spatiale, CRS)는 항공우주의학 연구센터(Centre d’Enseignement et de Recherches de Médecine Aéronautique, CERMA)로부터 동물실험을 제안받는다.
여러 동물 중에서도 중력가속도에 적절한 저항능력이 있고 소형로켓의 제한된 부피에 가장 적합한 쥐가 선택되었다.
이에 1960년 12월, CERMA 측은 윈스타(Wista) 품종의 흰쥐 7마리를 CRS에 선물했다. 최초의 랫트로넛(Rat+Astronaut)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우주비행사 후보로 선택된 쥐들
그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대범한 ‘엑토르(Hector)’라는 이름의 쥐가 최종 대원으로 선택되었다. 엑토르는 특수제작한 미니 G-슈트를 입고 ‘프랑스 최초의 쥐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로 언론의 1면을 대거 장식했다.
▲ 잡지에 소개된 엑토르의 모습
1961년 2월 22일 이른 아침, 엑토르는 몸에 연결된 다양한 전극이 제자리에 유지할 수 있도록 스프링 장치에 고정되었다. 머리에는 무중력 비행 중 일어나는 뇌의 활동을 체크하기 위한 전극이 하나, 횡격막에도 호흡의 리듬을 관찰하기 위한 전극이 연결되었다.
▲ 머리에 전극이 이식되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된 모습
오전 8시, 알제리 함마과이르(Hamaguir)의 시험센터에서 발사된 베로니크 AGI-24 로켓은 엑토르를 태우고 고도 109km에 도달해 약 5분간 미세중력(Microgravity) 상태에 들어갔다.
▲ 로켓에 실리는 엑토르
이후 총 8분 10초의 비행을 마친 로켓은 발사지점에서 45km 떨어진 곳에 낙하했고, 두대의 알루에트2 헬기는 즉시 엑토르를 회수했다.
다음날 언론들은 연구목적이 달성되었는지 여부와 함께 엑토르의 상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CERMA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엑토르의 상태는 매우 좋다. 그는 현재 동료들과 우리에 함께 머무르고 있으며 심지어 먹이를 주던 사람도 알아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회수되는 로켓과 엑토르
이후 엑토르는 어떻게 되었을까.
온라인에는 돌아온 엑토르가 외부에 입양되어 번식도 하고 천수를 누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아마도 다른 예비 우주비행쥐들과 혼동이 있는 것 같다. 우주에서 살아 돌아온 엑토르는 생환 6개월 후, 머리에 이식된 전극이 어떻게 작용되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해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 훈련 중인 우주비행쥐 ‘엑토르’
불과 몇 주 후 소련의 유리 가가린(Yuri Gagarin, 1934~1968)이 최초의 우주인이 되면서 우주비행을 한 쥐의 업적은 가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역사상 최초로 우주비행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엑토르의 모험‘은 인류의 우주개발 유산에 적지 않은 자양분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