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을 하고도 미친 취급을 당한 사람들
■ “콜레라는 물이 오염되어서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였던 존 스노우(John Snow, 1813~1858)는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사실은 비웃음을 당했고, 그는 불법적으로 사망자의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오염된 물을 마셨는지 조사했다. 결국 그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오염된 펌프를 교체하게 되었다.
■ “수술 시에도 철저히 소독해야 하오”
과거의 의사들은 상처의 감염이 나쁜 공기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외과의사인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 1827~1912)는 파스퇴르의 논문을 읽고 미생물이 감염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깨끗한 복장과 페놀 용액을 이용한 ‘무균수술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으며 무균수술을 받은 환자 사망률이 급격히 낮아졌음에도 무균수술법이 널리 인정받기까지 12년이 걸렸다.
■ “구명조끼를 입읍시다”
영국 휘트비의 인명구조원이었던 헨리 프리먼(Henry Freeman, 1835~1904)은 다른 인명구조원들에게 코르크로 만든 구명조끼를 입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색이 사람을 구하는 ‘수영의 달인’ 인명구조원이 거추장스러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것은 폼나지 않는 일이었다.
어느 날, 심한 폭풍우가 와서 구조대원들이 출동해 인명구조를 하다가 구조선이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고 헨리를 제외한 구조대원들이 모두 사망했다. 얼마 후 구명조끼는 구조대원의 필수장비가 되었다.
■ “손을 씻어야 합니다”
헝가리의 산부인과 의사인 이그나스 젬멜바이스(Ignaz Semmelweis, 1818~1865)는 최초로 산욕열의 발생을 손 소독만으로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두 이그나스 박사를 비웃었고 그가 맞았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 “유전자가 옮겨다닙니다”
미국의 유전학자인 바버라 매클린톡(Barbara McClintock, 1902~1992)은 DNA의 실제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지기도 전인 1948년에 유전자들이 본래 있던 위치에서 다른 염색체 위치로 이동한다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이론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유전자는 한 곳에 머무르며 결코 정보가 바뀌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비웃고 이단 취급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그녀의 유전자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고, 바버라는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 “그는 이상 성애자다”
영국 펑크 록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멤버 존 라이든(John Lydon)은 존경받던 유명 DJ 지미 새빌(Jimmy Savile)을 소아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부르면서 BBC방송으로부터 출연금지를 당했다.
하지만 지미 새빌이 사망한 직후 그의 성범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 “대륙이 이동합니다”
독일의 기상학자인 알프레트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는 대륙이동설을 제창했지만 “어디 기상학자가 지질학의 전문가인척 하냐”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50년대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 이론은 재평가되어 사실로 증명되었고, 그는 기상학보다 판구조론으로 이름을 남겼다.
■ “미식축구 선수들은 뇌진탕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의 의사 베넷 오말루(Bennet Omalu)는 NFL 선수들이 은퇴 후 정신병적 증상을 앓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연구에 들어갔다.
베넷은 NFL 선수들이 CTE(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 만성 외상성 뇌질환)를 앓고 있으며, 이는 미식축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되어 연구결과를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결국 진실이 인정되어 은퇴한 2만여 명의 NFL 은퇴 선수들이 15억 달러를 받게 되었다.
■ “저놈은 약쟁이일 거야”
사이클 선수 그렉 레먼드(Greg LeMond)는 2001년 ‘전설’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 ‘도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스트롱의 나이, 암을 극복한 이력 등을 보면 도저히 그런 업적을 낼 수 없다는 것.
그렉의 말은 치졸한 질투로 여겨졌고 사이클 팬들과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았으며 그는 사업과 광고 등 수많은 기회를 잃어야 했다.
2012년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이 밝혀지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암스트롱의 권위에 눌려 아무도 경고하지 않았다‘며 사이클계의 부패를 비난했다. 하지만 그렉은 이미 10년 전에 경고하고 있었고 그들이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 “바이러스 창궐이 우려된다”
중국 우한중앙병원의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했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괴담을 퍼뜨려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제재를 당하고 반성문을 써야 했다.
리원량의 말은 결국 맞았으며 그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2020년 2월 7일 오전 2시 58분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