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에 상상한 ‘가상현실(VR) 실내자전거’
최근 몇 년간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팬데믹 사태로 홈트레이닝이 자리 잡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과 결합되면서 실내에서도 마치 실외에서 운동하는 듯한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그림도 그런 VR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그려낸 듯한 모습. 하지만 이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125년 전인 1897년에 상상한 것이다.
이 그림은 자전거 산업과 관련된 동향을 출판했던 미국 잡지 ‘The Wheel and cycling trade review’의 1897년 1월 15일 자 기사에 아래의 문구와 함께 실렸다.
“홈 트레이너, 선풍기, 시네마토그래프가 있으면 여행의 모든 즐거움을 홀 베드룸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With a home trainer, electric fan, and cinematograph, all the pleasures of a tour can be had in a hall bedroom.)
▲ 삽화가 아서 매릭(Arthur T. Merrick)이 그린 ‘홈트래블’ 자전거
현대의 VR 자전거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여 실내운동이 야기하는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잡지 속의 모습은 운동보다는 여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자전거와 홈 트레이너, 선풍기를 갖추는 것은 1897년에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저런 초소형(?) 시네마토그래프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삽화가조차 안경 크기까지 작아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지지대로 무게를 지탱하는 적당히 큰 모습으로 그려냈다.
▲ 지지대가 받치고 있는 시네마토그래프
게다가 시네마토그래프를 작게 구현해냈다 해도, 내가 움직이는대로 눈앞의 화면이 상호작용하는 현대의 VR기술과는 달리 단순히 풍경을 찍은 영상을 틀어놓은 것 정도로는 여행하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킨보나 리미티드(Kinbona Limited)가 개발한 VR 자전거 ‘블링크(Blync)’
어쨌든 VR자전거의 개념을 한반도에 전근대국가인 조선이 지속되고 있던 시대에 상상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세상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인류가 상상하는 것은 언젠가 모두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