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82) 1905년의 미국 고등학교 졸업사진
아래는 온라인에서 ‘1905년, 체벌을 하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교사‘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 사진이다. 과거 미국의 교육현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로 떠돌고 있는데, 사실 사진 속의 교사와 학생은 같은 나이의 동급생이다.
▲ Wisconsin school teacher doles out the discipline, 1905
1905년, 미국 위스콘신주 서부에 있는 던 카운티의 메노모니 고등학교(Menomonie High School)는 졸업을 맞게 되었고, 학급의 일원인 앨버트 핸슨(Albert Hansen)이라는 학생이 ‘친구들의 미래‘를 주제로 졸업앨범을 기획했다.
▲ 졸업앨범 주제를 정한 앨버트 핸슨(Albert Hansen, 1886~1979)
한국의 고등학교도 대략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테마의 졸업사진이 화제가 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의 미래를 상상한 앨범을 기획한 것. 과거의 낡은 사진이라는 이유로 실제와는 다르게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앨버트 핸슨이 상상한 친구들의 미래는 어땠을까? 원본사진과 채색된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 서두에 나온 체벌사진의 교사로 등장한 막달리나 사라 정크(Magdalina Sara Jungck)는 사범학교 출신의 유능한 교사가 될 것으로 예언되었다. 특히 그녀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지론을 가진 엄한 교사로 설정되었다.
실제로 막달리나가 교사가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955년 69세의 나이로 메노모니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예언의 실현여부와는 상관없이 친구들과 함께 꿈 많았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즐거운 대화를 했을 것 같다.
▲ ‘호보(Hobo)’가 된 앨버트 핸슨(Albert Hansen).
이 졸업앨범을 기획한 핸슨 본인은 호보가 될 것으로 예언했다. 호보는 ‘열차에 무임승차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를 뜻한다. 그는 사진업에 종사하면서 가족과 함께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했다.
특히 82세에서 92세까지의 10년 동안에만 대서양을 6번이나 오가며 유럽을 여행하다가 93세로 사망했다. 본인의 미래만큼은 얼추 비슷하게 예언한 셈이다.
▲ 낚시꾼이 된 헨리(Henry A. Dahl).
헨리는 1차 대전에 참전했고, 전역 후 알래스카에 정착한 다음 잡화점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 콘트랄토 가수가 된 엠마(Emma Helen Strand).
엠마는 가수가 되지는 않았고, 1909년 결혼해 위스콘신주 베런에서 살았다.
▲ 피아니스트가 된 캐서린(Katherine M. Harmon).
▲ 변호사가 된 폴(Paul H. Ryan).
그는 1910년경 워싱턴 주에서 벌목꾼으로 일했다.
▲ 서커스에서 체조 묘기를 하는 헤이즐과 루실(Hazel Anderson and Lucile Wilcox).
헤이즐은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공부하고 메노모니에서 미술을 가르치다가 1912년 결혼 후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루실은 1909년 결혼해 두 자녀를 낳고 평범하게 살았다.
▲ 가정주부가 된 사라(Sarah Ana Heller).
평범하게 집안일을 하며 살 것으로 예언당한 사라는 미시간 주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외과의사와 결혼하면서 그제야 예언대로 가정주부가 되는가 싶었지만, 세 아이의 엄마였음에도 아이언우드 여성클럽(Ironwood Woman’s Club)을 설립하고 도시의 발전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1934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 러시아 대사 부인이 된 애들린(Adeline Byington Massee).
그녀는 평범하게 미국 남성과 결혼하였고, 6명의 자녀를 두었다.
▲ 수학자가 된 도로시(Dorothy M. Jesse).
그녀는 졸업 이듬해 마을 주민과 일찍 결혼했다.
▲ 높이뛰기 선수가 된 칼(Carl Moore Wheelock).
▲ 목사가 된 폴(Paul Toft).
그는 1910년 시애틀의 고무 가게에서 일했고, 1917년에는 미니애폴리스로 이사해 딸과 함께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 간호원이 된 줄리아(Julia A. Hill).
그녀는 적십자사에서 잠깐 활동하기는 했으나 간호사가 되지는 않았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교사가 되었으며 1975년 고향에서 사망했다.
▲ 요리사가 된 베르타(Bertha L. Retelsdorf).
▲ 마술사가 된 윌리엄(William R. Holmes).
▲ 사교계의 귀부인이 된 앨리스(Alice M. Tilleson).
앨리스는 1912년 결혼하였고, 위스콘신주 워소에 정착해 99세까지 살았다.
▲ 골프 강사가 된 글래디스(Gladys Harvey).
그녀는 골프 대신 인테리어 강사가 되었고 사회복지사로도 활동했다. 캘리포니아주 카멜로 이주한 그녀는 산호세 평생교육원의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1962년 사망했다.
▲ 발명가가 된 로버트(Robert E. Clough).
로버트는 위스콘신주 라이스레이크에서 농부가 되었고 1955년 동창회에 참석했다.
▲ 구세군에서 북을 치는 에바(Eva Charlotte Cook).
에바는 고등학교 졸업 몇 주 후인 1905년 결혼식을 올렸고, 1961년 고향 메노모니에서 사망했다.
▲ 치과의사가 된 프랭크(Frank William Kelley).
그가 예언대로 치과의사가 되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 거리의 노숙자가 된 엠마 올슨(Emma Olson).
본인이 거지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사진까지 찍었던 엠마는 1913년 결혼해 평범하게 살았고, 1955년의 동창회 직후 사망했다.
▲ 배우가 된 수잔(Susan M. McCutcheon).
그녀는 배우가 되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남편이 5년 만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등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수잔은 94세의 나이로 오클레어에서 사망했다.
▲ 모자 디자이너가 된 폰타나(Fontana A. Massee).
그녀는 1917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 수녀가 된 제인(Jane A. Kyle).
하지만 그녀는 결혼했고, 1945년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사망했다.
▲ 의사가 된 윌리엄(William C. Klatt).
윌리엄은 40년간 우체국에서 일하다가 은퇴를 앞둔 195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 약사가 된 프레드(Fred Albert Quilling).
실제로 그는 약사가 되었고, 1963년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에서 사망했다.
▲ 육군 장교가 된 루이스(Louis G. Seely).
그는 같은 반 친구 에스더(Esther Eloise McGilvra)와 1909년 결혼하였고, 1965년 사망했다.
▲ 수영 강사가 된 에스더(Esther Eloise McGilvra).
그녀는 위에 나온 동급생인 루이스와 1909년 결혼해 워싱턴주로 이사했다가 미네소타에 정착했다.
▲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램버트(W. Lambert Clark).
예언대로 램버트는 지역 내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가로 경력을 시작했으나 어느 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소화불량이 담도 파열과 복막염을 일으켜 2주 만에 사망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나이 겨우 20세였다. 이 사진은 메노모니에 있는 마벨 틴터 예술 센터(Mabel Tainter Center for the Arts)에서 찍은 것으로, 현재 이곳은 미국 국립사적지로 등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