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84) 1972년, 속옷차림으로 비행기에 다가가는 남자의 정체

한 남성이 속옷만 입은 채로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여객기로 다가가는 기이한 사진.

 

‘호텔에서 늦잠을 자다가 비행기 이륙시간에 늦은 사람인가’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지만 역사에 남은 사진인 만큼 그런 우스꽝스러운 사연 일리는 없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1
▲ 비행기에 접근하는 가방을 든 속옷남(?)


카메라에 포착된 순간은 매우 극적인 사건 현장이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BLA는 1970년부터 1981년까지 활동한 지하혁명조직으로 ‘미국 흑인의 해방과 자결을 위해 무기를 드는 것’이 목표였던 반정부단체였다.

 

납치범들의 리더 조지 라이트(George Wright)는 목사로 위장했으며,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성경책을 잘라낸 다음 권총을 밀반입했다. 나머지 일행들 역시 유아 3명(본인들의 자녀들이었다)을 동반함으로써 승무원들이 의심을 거두게 만들었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3
▲ 영화 ‘쇼생크 탈출’의 성경책 속 망치

 

하이재킹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는 예정대로 마이애미 공항에 착륙했다. 납치범들은 86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승객과 승무원들을 데리고 보스턴을 향해 이륙했다. ‘바지 벗은 남자‘의 사진이 찍힌 곳이 바로 보스턴이다.

 

납치범들의 최종 목적지는 혁명가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주던 알제리였다. 장거리 비행을 위해 그들은 식량과 연료 보급, 국제선 비행 엔지니어, 100만 달러의 현금을 요구했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5
▲ 납치범들의 요구에 준비를 한 모습

 

속옷만 입고(사실 수영복이다) 접근하는 인물은 납치범들이 요구한 비행 엔지니어 로날드 퍼지(Ronald S. Fudge)로 보스턴 델타공항의 유지관리 책임자였다.

 

그는 아무런 무장이 되어있지 않고 꼼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영복을 입고 납치범들이 요구한 담배, 사과, 햄, 치즈 샌드위치 등 먹거리와 100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비행기로 접근했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7
▲ 비행기로 접근하는 로날드 퍼지

 

사진이 촬영된 직후 로날드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납치범들과 함께 알제리로 날아갔다. 납치범들은 알제리로 가는 도중 승무원들에게 자신들이 혁명가라고 주장하였고, “미국은 너무 퇴폐적인 곳이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연신 대마초를 피워대는 모순적인 모습도 보였다.

 

1967년, 아랍세계와 이스라엘 간의 갈등으로 일어난 중동전쟁 이후 미국과 알제리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었다. 알제리는 최초 이들의 정치적 망명을 허락할 예정이었으나 일행 중에 탈옥범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망명을 거부하게 된다.

 

바로 리더 격이었던 조지 라이트(1943년생)가 1962년 살인죄로 체포되어 최고 30년형을 복역하던 중 탈옥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9
▲ 살인 혐의로 체포되던 당시의 조지 라이트

 

알제리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이들을 구금했지만 평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자유운동을 지원하겠다는 선언을 했던 터라 제3세계 혁명가(테러단체)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얼마 후 납치범들을 석방하였다.

 

미국은 강력하게 비행기와 승무원의 즉시 송환을 요구했고 알제리 정부는 며칠 후 비행기와 승무원, 100만 달러를 반환했다. 자신들이 힘들게 받아낸 100만 달러가 미국으로 반환되자 알제리 정부에 실망한 납치범들은 곧 프랑스로 이주하였다.

 

이후 신분을 바꾸고 파리에 살던 중 4명이 1976년 5월 2일 체포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들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납치범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납치 혐의에 관해 유죄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석방되었다. 미국이었다면 최소 20년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컸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11
▲ 체포된 납치범 4명

 

최후의 한 명인 조지 라이트는 포르투갈로 도망쳐 숨어 살다가 2011년 9월 26일 41년 만에 체포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13세 연하의 통역가와 결혼해 두 자녀를 낳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조용히 살고 있었던 터라 사건을 알게 된 주위 사람들의 충격도 매우 컸다.

 

1972년 7월 31일, 미국 디트로이트~마이애미 노선을 운항하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 841편이 5인의 흑인해방군(Black Liberation Army, BLA)에 의해 이륙 직후 납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델타항공 841편에는 94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13
▲ 조지 라이트의 현재 모습

 

미국은 그의 납치 혐의와 함께 ‘탈옥 당시 남은 22년의 형기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송환을 요구했으나 포르투갈 정부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지 라이트는 포르투갈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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