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듀엣곡을 발표한 알랭 들롱(Alain Delon)과 달리다(Dalida)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남‘의 대명사로 불렸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은 가수로도 활동했으며, 1972년에는 오랜 친구이자 인기가수였던 달리다(Dalida, 1933~1987)와 듀엣 샹송 ‘파롤르, 파롤르(Paroles, paroles)’를 발표했다.
아래의 사진은 음반 발표 후 파리 몽마르뜨(Montmartre)에 있던 달리다의 자택에서 자켓사진과 화보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이 음반은 달리다의 40번째 생일(1933년 1월 17일생)에 발매되었다.
▲ 음반 표지
두 사람의 듀엣곡은 한 남자가 여자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여자는 “paroles, paroles” 즉 당신은 그저 공허한 “말, 말뿐“이라며 거절을 하는 내용이다.
원래 이 노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잔니 페리오(Gianni Ferrio, 1924~2013)가 쓴 것으로, 이탈리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Parole parole’을 달리다의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달리다는 17년 지기였던 알랭 들롱에게 듀엣을 제안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 알랭 들롱 자서전 ‘Les femmes de ma vie’ 표지
두 사람은 막역한 친구사이로만 알려졌지만 알랭 들롱은 2011년 발표한 자서전 ‘내 인생의 여자들(Les femmes de ma vie)’에서 “1960년대에 우리 둘만 아는 로맨스가 있었다“라는 고백을 했다.
이 음반은 국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에서 50만 장, 일본에서 2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함께 실린 ‘고독하기 싫어서(Pour ne pas vivre seul)’라는 곡은 프랑스, 일본, 멕시코, 포르투갈 등에서 인기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음반의 엄청난 인기 속에 “파롤르, 파롤르(Paroles, paroles)”라는 말은 프랑스 정치권에서 ‘약속을 하고는 절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화보 속 다정한 모습과는 달리 알랭 들롱과 달리다는 음반녹음 후 콘서트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음반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달리다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다른 스타들이 목소리를 대신했다.
달리다는 1954년 미스 이집트 출신의 가수로 30여 년의 활동기간(1956~1986) 동안 17억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처럼 가수로서는 성공적인 경력을 누렸지만 그녀의 사생활은 힘든 여정이었다.
1967년에는 연인이었던 가수 루이지 텐코(Luigi Tenco)가 호텔방에서 자살했고, 1970년에는 전남편이었던 뤼시앵 모리세(Lucien Morisse)도 자살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75년에는 친구였던 가수 마이크 브랜트(Mike Brant)가 자살하였고, 1983년에는 옛 연인이었던 배우 리샤르 샨프레(Richard Chanfray)가 자살하는 등 주변 인물들의 불행이 잇따랐다.
그리고 1987년 5월 3일 늦은 밤, 달리다는 “삶이 너무 견디기 힘드네요. 용서해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기고 바르비투르산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30여 년이 넘었지만 달리다는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가수‘, ‘역사상 최고의 프랑스인‘등의 설문조사의 순위에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서거 10주기에는 저택이 있던 몽마르뜨에 ‘달리다 광장(Place Dalida)’이 만들어졌다.
▲ 달리다 광장 표지판과 광장에 설치된 흉상
현재까지도 그녀에 대한 전기영화와 드라마가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으며, 전시회도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 달리다 86번째 생일 기념 구글 두들
2019년 1월 17일, 구글은 달리다의 86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그녀가 펼쳤던 공연모습 중 가장 강렬했던 14가지의 의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로고를 선보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