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경성을 처음 본 러시아 무용단의 반응
1938년 4월, 조선일보는 6천부 발행 기념사업 중 하나로 전동양가무대회(全東洋歌舞大會)를 주최하고 국내외 예술인 50여 명 이상을 초청했다.
공연 무대는 경성 부민관 대강당이었으며 공연일자는 4월 11일, 12일, 13일 오후 7시로 결정되었다. 입장료는 지정석 2원, 보통석 1원 50전이었고 조선일보 구독자는 지정적 1원 50전, 보통석 1원으로 할인되었다.
– 관련 글: 부민관과 경성의 건물들
당시 공연을 위해 입국한 러시아 하얼빈 무용단 단원들은 4월 11일에 입국해 조선호텔에 체크인하고 공연을 한 다음, 다음날 아침 10시경 조선일보 사옥을 방문해 옥상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이 도시의 첫인상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 러시아 무용단의 부민관 공연모습
※1938년의 하얼빈은 만주국에 속해있었지만 러시아 타운이 크게 형성되어 러시아 문화와 정서가 가득했기에 ‘러시아 하얼빈’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러시아 가무단 일행의 푸른 눈에 비친 조선의 맑은 봄 하늘
• 니콜라이 시모브스키(Nicolai Simovski, 단장 겸 테너 가수)
“조선이 대단히 좋습니다. 저는 일본은 여러 곳을 다녔지만 조선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직 시내 구경을 못해서 잘 모르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매우 맑고 깨끗해 보입니다. 우리는 조선사람을 좋아합니다. 서로 친하고 같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류드밀라 니콜라이브나 코제브니코바(Lyudmila Nikolaevna Kozhevnikova, 무용수 18세)
(어린아이 같이 옥상에서 무용동작을 해 보이며) “조선 하늘은 참 맑아요. 저 산! 참 좋아. 우리 만주에는 저런 산이 없어요!”
(북악산을 가리키며) “산 이름이 뭐예요?”
• 카리야 그리고레바(Kariya Grigoreva, 피아노)
(얼굴에 생기 있는 미소를 띠고 연신 시내와 맑게 갠 하늘을 쳐다보고 빛나는 눈을 더 크게 뜨며)
“조선 좋아요. Very Beautiful! 대단히 인정 많은 도시 같아요. 어디서나 좋은 멜로디가 흘러나올 것 같아요!”
• 아나스타샤 이바노프나(Anastasia Ivanovna, 무용수)
(그리고레바 양과 팔짱을 끼고 명랑한 웃음을 띄며)
“조선, 우리 하얼빈보다 산이 좋아요. 하늘도 맑고 여기 옥상에 서니까 노래라도 불러보고 싶어요.”
(옆에 있는 그리고레바 양을 피아노 반주라도 해달라는 듯 돌아보았다)
– 참고문헌:
• 조선일보. 서울의 첫印象 (193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