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에서 1957년까지, 영국의 TV가 오후 6시면 꺼졌던 이유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영국은 텔레비전 방송을 1939년 9월 1일부터 중단하고 라디오 방송만을 진행했다.
길었던 전쟁이 끝나고 1946년 6월 7일, 영국의 유일한 텔레비전 방송국인 BBC가 방송을 재개했다. 7년간의 공백 끝에 처음으로 시작된 방송은 미키마우스 애니메이션이었으며, 전후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대다수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사실 텔레비전은 이 시기의 영국 여성들(특히 가정주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엄마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얌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바보상자’라고 불리는 텔레비전이지만 집안일로 바쁜 엄마들에게는 육아를 도와주는 ‘유모’와 같은 든든한 존재였던 것이다.
▲ 1946년, 런던 알렉산드라 팰리스의 BBC 방송 제어실
그런데 오후 6시면 방송은 한 시간 가량 중단되었다. 이 시간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으로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캠페인에 공영방송인 BBC가 발을 맞춘 것이었다.
이 방송중단정책은 성인프로그램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광고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BBC의 입장에서는 방송을 중단함으로써 콘텐츠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 1953년 9월 24일, 런던의 가정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이런 일방적인 방송 중단은 1955년 9월 22일에 ‘ITV(Independent TeleVision)’가 출범하면서 흔들린다. ITV는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방송으로 간주되는 곳이다.
ITV는 고루한 공영방송과는 달리 혁신과 재치로 무장했기에 시청률에서 BBC를 크게 앞질렀다. 그런 이유로 광고로 수익을 내는 독립방송국인 ITV에게 있어서는 가장 시청률이 좋은 시간대의 방송 중단은 큰 손실이었기에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두 방송국 간의 불만과 분쟁은 당시 우체국장(Postmaster General)이었던 찰스 힐(Charles Hill, 1904~1989)에 의해 해결되었다.
▲ 1955년부터 1957년까지 영국우체국장을 역임한 찰스 힐
그는 이 한 시간의 방송 중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터무니없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제시간에 재우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부모의 몫이다. BBC와 ITA(독립 텔레비전 공사)에 방송 중단 취소를 촉구한다”
결국 1957년 2월 16일에 방송중단정책은 철회되었고, 어린이들과 텔레비전의 갑작스러운 생이별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