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열린 소련의 ‘승리 퍼레이드’
1945년 6월 24일 오전 10시,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Krasnaya Ploshchad)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소련의 첫 번째 전승기념식(전승절)이 거행되었다. 이날 기념식은 이오시프 스탈린(Joseph Stalin, 1878~1953)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 이날 기념식에서는 승리 퍼레이드(Парад Победы / Victory parade)가 진행되었으며 총인원 35,325명이 참가했다. (총 24명의 원수, 249명의 장군, 2536명의 장교를 비롯한 31,116명의 병사, 1400명의 군악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 퍼레이드의 시작은 독일 국회의사당(Reichstag)에 승리의 상징으로 걸렸던 소련 국기(왼쪽)를 들고 입장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당시 깃발을 걸었던 대원들이 부상으로 인해 퍼레이드 훈련을 제대로 못함에 따라 취소되었다. 모스크바 중앙군사박물관에 보관되던 승리의 깃발(오른쪽)은 이후 1965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 전장에서 공을 세운 장교들과 사병들이 감회 어린 모습으로 도열하고 있다. 가장 좌측에 있는 인물은 공군 장교 니콜라이 카마닌(Nikolai Kamanin, 1908~1982)으로 훗날 소련 우주프로그램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담당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을 선택한 것이 바로 니콜라이 카마닌이다.
▲ 게오르기 콘스탄티노비치 주코프(Georgy Konstantinovich Zhukov, 1896~1974) 총사령관이 백마를 타고 등장하고 있다. 그는 소련영웅 칭호를 4차례나 받은 천재적인 장군이었다.
▲ 소련 국가 제창 후 붉은군대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6월 10일부터 모스크바 교외의 막사에 머물며 하루 6~7시간의 퍼레이드 훈련을 받았다.
▲ 포병, 장갑, 기계화부대가 붉은 광장의 레닌 영묘(Мавзоле́й Ле́нина / Lenin’s Mausoleum) 앞에 설치된 단상을 지나가고 있다.
▲ 바닥에 늘어뜨린 패전국 독일제국의 깃발을 질질 끌면서 행진하는 모습. 병사들이 입은 군복은 입던 것이 아니라 새 군복이었으며 5월 말부터 전승기념식을 위해 모스크바 볼셰비키 공장에서 급하게 제작되었다.
▲ 독일제국의 깃발과 상징들은 바닥에 버려졌다.
▲ 버려진 상징물에 적힌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의 이름. 행사가 끝난 후 이 물품들은 모스크바 중앙군사박물관으로 보내졌다. 이날 열병식은 122분간 진행되었으며, 악천후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노동자들의 행진과 항공기 216대의 비행은 취소되었다.
▲ 전승기념식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었다. 밤 11시에는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크렘린 주변에 조명이 켜지고 불꽃축제가 이어졌으며 대공포는 2만 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승리의 기분을 만끽했다. 이와 같은 승리 퍼레이드는 소련시대에는 1965년, 1985년, 1990년에만 열렸다.
▲ 1995년 4월 30일에 러시아 은행이 발행한 ‘1945 전승기념식’ 50주년 2루블 기념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