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㉛ 1913년, 열기구 동물 낙하실험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전, 하늘은 공기보다 비중이 가벼운 기체의 부력을 이용하는 기구가 지배했다.
현대에도 열기구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과거라고 해서 없었을 리 없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런 추락을 이용한 사생결단의 결투도 유행했을 정도. (관련 글: 열기구를 타고 벌였던 결투)
100년 전의 사람들도 끔찍한 열기구 사고에서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던 모양인지 열기구 구명장치 실험장면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 실험장으로 이동하는 장치
1913년, 데크란 아람(Dekran-Aram)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운항이 불가능해진 공중의 열기구에서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발명의 시대에 그는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를 훔칠 것을 우려했는지 장치를 철저히 커튼 속에 숨겨서 보안을 유지했고, 덕분에 실험장의 풍경은 남아있어도 발명품이 어떤 형태를 갖췄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발명가(가운데)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이시레몰리노(Issy-les-Moulineaux)의 비행장에서 진행된 실험은 장치 안에 양과 새끼돼지, 거위, 비둘기 토끼 등 250kg의 승객(?)을 태운 다음 상공 약 90m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바구니보다 큰 장치를 달고 하늘로 떠오르는 열기구. 20세기 초 이시레몰리노는 많은 비행실험이 이루어진 장소였다.
이후 비행장의 젖은 땅에 떨어진 장치는 여전히 천막으로 가려져 얼마나 손상을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발명가는 이 순간에도 보안을 우려해 귀퉁이만 살짝 들어 탑승한 동물들이 괜찮은지 확인했다.
기록에 따르면, 동물들은 다들 멍한 상태였으나 무사했고 특히 새끼돼지는 날쌔게 달아났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하며 사진으로도 확인된다.
▲ 토끼와 닭을 꺼내는 발명가의 조수
성공리에 마친 실험이었지만 일단 공중을 비행하는 기구에 달기에는 장치가 너무크고 무거웠기에 실용성이 떨어졌다. 만약 그가 실험과정을 모두 공개했다면 다른 발명가들에 의해 무게의 개선이 이루었을지도 모르겠다.
▲ 낙하의 충격에도 멀쩡하게 일어난 양
아마도 그는 본인이 점차 구명장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겠지만 ‘비행기의 시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고, 이 발명품은 당일 비행장에 모인 2~30명의 군중들을 기쁘게 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