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에 만들어진 박용만의 호랑이 한반도 지도
한반도 지도의 모양은 한국의 경우 식민지배의 기억 탓인지 현대에는 최강의 맹수인 호랑이를 숭상하는 마음이 담겨 지도로 제작되고 있다.
실제로 호랑이 지도가 나오게 된 계기도 일본인 지리학자가 “한반도는 토끼 형태”라는 말에 대한 반감으로 나온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 한반도 지도 다양한 버전
위 지도 그림 중 좌측에서 두 번째가 1908년 잡지 ‘소년’ 창간호에 실린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이 그린 것으로 ‘최초의 호랑이 지도’로 알려져 있다. 그 옆이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있는 ‘근역강산 맹호기상(槿域江山 猛虎氣像. 김태희 作)’으로 근래 각종 행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반도 지도이다.
호랑이 지도 중에서 방향이 반대쪽으로 그려진 형태도 있는데 아래의 기사를 보면 독립운동가인 박용만(朴容萬, 1881~1928)이 1913년에 고안해 낸 것이라고 한다.
한반도는 도약 직전의 호랑이. 84년 전 항일독립달력 “햇빛”
– 재일 사학자 최서면(崔書勉)씨 발굴
– 대양(大洋) 겨냥, 웅대한 기개 담아
– 독립혼 상징 안(安) 의사 사진도
– 하와이 신한국보사(新韓國報社)제작, 일제(日帝) 압수령
질주 직전에 기를 모으듯 웅크린 호랑이. 바로 그 모습으로 한반도를 묘사한 달력이 84년 전인 1913년에 나와 항일 독립혼을 북돋우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달력은 독립운동가 박용만(朴容萬, 1881~1928) 선생이 하와이에서 발행하던 신한국보(新韓國報)가 만든 것으로 한일 근대사 연구가 최서면(崔書勉·국제한국연구원 설립자)씨가 최근 일본 외교사료관에서 찾아냈다.
▲ 신한국보사(新韓國報社)에 실린 지도
이 달력에는 ‘대한전도(大韓全圖)’라는 표기 밑에 지도를 대신한 호랑이가 그려져 있고, 그 위쪽에 「안의사 중근공」이라는 이름과 함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사진이 실려있다.
▲ 한반도 모양으로 돌려본 모습
누가 보더라도 안의사를 독립운동의 거울로 삼아 토끼가 아니라 호랑이와 같은 기개로 민족자주를 되찾자는 뜻이 담겨있음을 읽을 수 있다.
최씨는 “한반도는 조선시대에도 호랑이로 상징되곤 했다. 그런데 일본이 19세기 후반 아시아 침략을 꾀하면서 한반도를 토끼상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메이지(明治) 초기 지리학자 오가와 다쿠지(小川琢治)가 중등학교 지리교과서에 「한반도는 토끼와 같은 모양」이라고 쓴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 2009년 한 단체에서 제작해 출원했다는 호랑이 지도. 박용만 지도를 따라한 형태로 보인다.
이 달력은 하와이에서만 배포된 것이 아니다. 그해 1월 29일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가 만주 지역에 나돌던 이 달력을 압수, 본국 외무성에 보내면서 「불온 달력 색출」을 건의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건의서(상신서)는 “이 불온한 달력의 인쇄 및 발송을 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선의 반일 분자들이 이토(伊藤·이토 히로부미) 공을 살해한 안중근 같은 악한을 스승으로 여기는 풍조가 널리 퍼지고 있으니 이를 서둘러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97.01.04 동아일보. 배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