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 계선(桂仙, 기생)

「시골(고향)은 서울이올시다」


계동에서 성장하였기에 이름이 계선이던가.
지금은 하다동 19통 3호 이영준(李榮俊)의 기생으로 제일 잘하는 것이 검무(劍舞)라지.

 

방년 19세요. 기생 시작한 지는 벌써 다섯 해가 되었고, 아련한 얼굴과 백설 같은 살결은 가위 미목반혜(美目盼兮)요, 교소천혜(巧笑倩兮)로다.

 

소리는 각항(各項)을 다 잘하고 싫다고 사양하는 법도 없지. 그러나 가끔가끔 까부는 것이 타고난 기물(奇物)인가. 또한 장기가 있는 것은 그것 안되었네. 얼굴이 다 못했네. (까부는 모습이 얼굴 생김새와는 상반된 행동이라는 의미인 듯)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계선(桂仙)


요사이 화류계의 추이라지. 처음에는 시집도 갔었는데 홍우산에 남치마, 인력거 바람은 시집갔던 계선의 마음을 요동시켜 「아이고 나도 그것 한 번 해 보았으면」 유지(有志)면 사경성(事竟成)이라. 기어이 기생으로 출세하였도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홍우산을 든 기생들. 영화 ‘해어화’

 

“글쎄. 나는 기생이 부러워서 나왔어요. 인물이 남만 못합니까, 재주가 남만 못합니까, 기생 노릇을 하면 넉넉한데”

 

“그러기에 저는 외입(外入)을 해도 남의 남자를 보자기 씌울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마음먹었던 소원을 성취하니 시원하냐고요? 시원하고 말고. 지금 같아서는 기생 노릇이 가히 싫지는 아니해요.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간혹 싫증이 나는 때도 없지는 않지요. 할 수 있습니까?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 젊어 한때라고 마음대로 놀구나 보지요…”

 

주순호치(朱脣皓齒)로 방글방글 웃으면서 말하는 태도는 해당화가 아침 이슬을 머금은 듯.

【每日申報. 藝壇一百人(六).계선 1914.02.02.】

– 하다동: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
– 미목반혜(美目盼兮): 아름다운 눈과 반짝이는 눈망울.
– 교소천혜(巧笑倩兮): 고운 웃음과 보조개.
– 각항(各項): 여러 가지 모두.
– 기물(奇物): 성격이나 행동이 기이한 사람. 괴짜.
– 유지(有志)면 사경성(事竟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말.
– 외입(外入): 남자가 아내가 아닌 여자와 외도하는 일.
– 주순호치(朱脣皓齒):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 아름다운 여인.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