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 문을 연 ‘핵서점’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가 역사상 최초로 투하되었다.
미 육군항공대의 B-29 폭격기 ‘이놀라 게이(Enola Gay)’에서 떨어진 최종병기로 도시는 잿더미가 되었고 159,283명이 사망하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최초의 피폭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히로시마의 폭심지인 ‘원폭 돔’ 옆에 ‘아톰 서방(アトム書房, Book seller Atom)‘이라는 간판을 단 고서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핵서점’이라는 의미다.
▲ 아톰 서방(アトム書房, Book seller Atom)
아무리 장사를 위해서라지만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그 이름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명칭을 곧바로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조심성도 없고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 초토화된 히로시마는 책장사로 크게 수익을 낼만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온라인에서는 이 서점은 사실 실제로 개업한 것이 아니고 ‘합성’이거나 혹은 ‘원폭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몇 년 후에 시행한 퍼포먼스‘라는 추측도 오갔다.
▲ 황무지에 홀로 있는 핵서점
하지만 이 ‘핵서점’은 1950년까지 실제로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매장 내에는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오픈한 가게’라는 문구가 일어와 영문으로 적혀있었다. 어쩌면 미국인의 소유가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이 무색하게도 핵 서점은 일본인의 가게였다.
▲ ‘핵서점’ 주인 스기모토 유타카
당시 24세였던 스기모토 유타카(杉本豊)라는 남자는 ‘불모의 땅이 된 히로시마에 문화의 힘을 다시 기르고 싶다’는 일념과 진주군(미국)에게 ‘이렇게 파괴되어도 일본은 곧 다시 일어선다’는 의욕을 보여주고자 원폭이 투하되기 전에 친척이 하던 가구점을 개조해 장서 1,500여 권을 진열하고 서점을 개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원폭 돔(原爆ドーム)은 원래 산업장려관(産業奨励館)이었다. 근처의 야마모토형제 가구점(山本兄弟家具店)이 핵서점이 개업한 자리이다.
하지만 생존이 급선무가 된 히로시마에서 당연하게도 책은 전혀 팔리지 않았고, 주로 미국인 관광객이나 기자들을 상대로 고열에 녹은 유리병들을 거리에서 주워다 판매하며 서점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살짝 보이는 가게 내부
비록 핵서점은 오래가지 못하고 폐업했지만, 황무지가 된 일본은 얼마 후 다시 경제대국으로 일어서며 스기모토 유타카가 보여준 폐허 속에서의 의지를 실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