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

과거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는 경제문제와 사회침체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신경제 메커니즘(New Economic Mechanism)을 주창했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 문화의 첨병인 F1 그랑프리를 유치하기도 하고, 동유럽 국가 중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 관련 글: 헝가리의 F1 그랑프리 개최

 

1986년 가을, 헝가리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와 합작사업을 발표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헝가리 측은 영업부지와 원자재를, 맥도날드는 직원과 장비를 맡는 방식이었다.

 

1988년 4월 29일,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가 아직은 공산주의 체제하였던 부다페스트 레기포슈타 거리(Régiposta utcában)에서 문을 열었다. 1
▲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

 

1988년 4월 29일,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가 아직은 공산주의 체제하였던 부다페스트 레기포슈타 거리(Régiposta utcában)에서 문을 열었다.

 

빵과 미트볼은 바볼나(Bábolna)의 농업조합에서, 겨자 등의 소스는 케치케메트(Kecskemét)에서, 감자튀김과 아이스크림은 미슈콜츠(Miskolc)에 위치한 냉동회사에서 조달하며 현지의 경제와 미국 기업의 자본주의 경제가 맞물리게 된 것이다.

 

1988년 4월 29일,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가 아직은 공산주의 체제하였던 부다페스트 레기포슈타 거리(Régiposta utcában)에서 문을 열었다. 3
▲ 커팅식을 하는 요제프 마르자이(József Marjai)부총리. 우측은 예뇌 밴사(Jenő Váncsa)농림부 장관

 

개업 첫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과거 과일과 야채가 부족했던 시기에 상점에 사람들이 줄을 선 이후로 처음 보는 수백 미터의 줄이 거리에 구불구불하게 늘어섰다.

 

1988년 4월 29일,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가 아직은 공산주의 체제하였던 부다페스트 레기포슈타 거리(Régiposta utcában)에서 문을 열었다. 5
▲ 외국인 방문객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는 직원


카운터의 숙련된 외국인 직원들은 하루 14시간의 영업시간 동안 분당 10명이 꾸준히 입장했음에도 약속된 ‘72초‘ 안에 주문된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하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노동자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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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 직원들.

 

1988년 4월 29일,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가 아직은 공산주의 체제하였던 부다페스트 레기포슈타 거리(Régiposta utcában)에서 문을 열었다. 9
▲ 파견된 외국인 직원들은 헝가리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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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임금은 시간당 35포린트 10필레르(시간당 약 135원)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15가지에 불과했다.

 

가장 비싼 메뉴는 빅맥으로 43포린트. 이는 한화로 165원이며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500원 정도이다. 부다페스트보다 한 달 앞서 개장한 서울 강남점의 빅맥 가격이 2,400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하였다.(1988년 1인당 GDP: 헝가리 2,800달러 / 한국 4,748달러)

 

또 다른 메뉴인 더블치즈버거는 42포린트, 더블버거 38포린트, 치즈버거는 26포린트, 가장 저렴하게 느낄 수 있는 자본주의의 맛은 에스프레소와 핫코코아였는데 가격은 12포린트였다. (빅맥지수에 따르면 2021년 1월 현재 헝가리의 빅맥 가격은 3.03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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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는 고객과 초기의 포장.


당시 공산국가인 헝가리에 진출한 맥도날드는 상징적인 투자로 생각하고 향후 10년간 영업이익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헝가리 어린이들은 햄버거 하나를 위해 몇 시간 동안 긴 줄을 섰고, 프로모션으로 주는 조잡한 종이비행기를 받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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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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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를 방문한 헝가리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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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 내에서 250명이 한번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놀랐던 부분은 맥도날드 햄버거의 맛과 비주얼, 깔끔한 포장이 아니었다.

 

기존의 식당과 완전히 다른 주문방식과, 실제로 빠르게 음식이 제공되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작동방식을 보면서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한 헝가리인들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고, 개개인은 돌이킬 수 없는 자본주의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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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매장앞에 길게 늘어선 줄.

 

2년 후인 1990년, 부다페스트 서부기차역에 맥도날드 누가티(Nyugati)점이 들어섰다.

 

정치체제가 바뀐 이후 첫 번째 매장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매장으로도 유명한 이 건물은 에펠탑을 건축한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 1832~1923)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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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2호 매장 맥도날드 누가티점(McDonald’s Nyugati)


이후 헝가리의 맥도날드 매장은 2009년 100번째를 넘어섰고, 직원수는 150명에서 7000명으로 증가하며 헝가리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2021년 현재는 92곳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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