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31] 손진홍(孫眞紅, 기생)

성천은 예로부터 명기 강산으로 평판을 듣는 곳이라 이십일 년 전에 한 명기가 또 생겼으니 이름은 진홍(眞紅)이라.

 

칠세부터 기생이 되어 왕왕히 강선루(降仙樓)에 올라가 춤추고 노래할 적에, 노랫소리가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에 건너가면 선녀가 하강하여 화답하는 듯하고 춤추는 소매가 불류강(佛流江)에 비치이면 은린옥척(銀鱗玉尺)이 펄펄 뛰노는 듯 하도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강선루(降仙樓)


진홍이 이름이 이로부터 세상에 낭자하여 소년의 거마가 문전에 답지하나, 진홍의 마음은 오히려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천의 유명한 제일 강산에서 한번 놀아보기를 작정하고 열일곱 살에 평양으로 나와 예기조합에 참예하여 가무를 한번 자랑하매, 보고 듣는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진홍의 이름이 과연 헛된 소문이 아니다」하더라.

 

진홍의 제일 명창은 수심가인데「약사몽환(若使夢幻)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라고 한번 떨어지면 귀 있는 자는 다 혼이 어지러워 우인같이 되는도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손진홍(孫眞紅)

 

“아- 참 잘하지요. 내 수심가 한마디에는 철석간장이라도 (諸)무가내(無可奈)오구려.”

 

“내가 성천 있을 때에는 평양을 한번 올려보리라 하였더니 그만하니까 지금은 서울을 한번 올리고 싶지마는 마음대로 되는 일이 쉽소.”

 

“참 정든 님이나 있으면 부녀 노릇이나 하고 싶어요. 하하…”

【매일신보 1914.03.06.】

– 성천(成川): 평안남도 동남부에 위치한 군
– 왕왕(往往): 이따금
– 강선루:성천객사 동명관(東明館)의 부속건물로 6·25 때 소실
–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 성천십이봉. 전설 속 열두 선녀들의 이름들을 봉우리에 명명
– 불류강(彿流江): 평안남도 양덕군 오강면에서 발원하여 대동강에 합치는 강. 길이 150.5㎞
– 은린옥척(銀鱗玉尺):비늘이 은빛처럼 반짝이고 모양 좋고 큰 물고기
– 거마(車馬):수레와 말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참예(參預): 어떤 일에 끼어 관계함
– 약사몽환행유적(若使夢幻行有跡)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砂):만약 꿈속을 오갔던 내 넋이 자취를 남겼다면, 당신의 대문 앞 돌길은 반쯤 모래가 되었겠지요(돌길이 닳아 모래가 될 만큼 자주 찾아갔다는 의미)
– 우인(愚人):어리석은 사람
– 철석간장(鐵石肝腸):쇠와 돌같은 간과 창자. 단단한 의지를 이르는 말
– 제(諸)무가내(無可奈): 모두 어찌할 줄을 모른다는 의미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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