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허무한 결말을 맞는 동화

암탉의 죽음(Von dem Tode des Hühnchens)


어느 날 수탉 한 마리와 암탉 한 마리가 나무 열매를 주워 먹으러 함께 산으로 갔습니다. 누군가 먼저 열매를 발견하면 콩 한쪽이라도 꼭 나누어 먹기로 약속도 하였지요.


산에 도착한 암탉은 수탉보다 먼저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저버리고 혼자 몰래 먹기 시작했습니다.

 

수탉이 볼세라 급하게 삼키던 암탉은 그만 목구멍에 열매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수탉을 부른 암탉이 애원했습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제발 최대한 빨리 물 좀 구해다 줘..”

 

수탉은 온 힘을 다해 우물로 달려가서 외쳤습니다.

“우물님 물 좀 주세요! 제 친구 암탉의 목에 열매가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 엉엉”

 

우물은 “갓 결혼한 신부에게 가서 붉은 비단 조각을 내게 가져다주면 물을 주지.”라고 말했습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제발 최대한 빨리 물 좀 구해다 줘.." 1


수탉은 다시 미친 듯이 갓 결혼한 신부를 찾아갔습니다.

“새색시님 붉은 비단 한 조각만 주세요! 우물님이 그걸 가져다줘야 물을 준다는데, 제가 그걸 가져가야 열매가 목에 걸려 죽어가는 제 친구 암탉을 살릴 수 있어요.”

 

갓 결혼한 신부는 “버드나무 가지에 걸린 화환을 가져다주면 붉은 비단을 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수탉은 버드나무 가지에서 화환을 벗겨내 새색시에게 가져다 주자 약속대로 새색시는 붉은 비단 조각을 수탉에게 주었고, 수탉이 붉은 비단 조각을 우물에게 주자 우물은 그제야 물을 내주었습니다.

 

수탉은 물을 들고 암탉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암탉은 싸늘하게 죽어있었습니다. 수탉은 큰 소리를 내며 구슬피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숲 속의 동물들이 모두 나와 암탉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제발 최대한 빨리 물 좀 구해다 줘.." 3
▲ 암탉의 죽음 by Paul Meyerheim(1874)


생쥐 여섯 마리는 작은 마차를 만들어 암탉의 시신을 무덤까지 운구하기로 하였습니다. 완성된 마차를 여섯 마리의 생쥐가 끌고 수탉이 마차를 몰았습니다.


무덤까지 가는 도중 일행은 여우를 만났습니다.

 

“수탉님 어디 가세요?” “암탉의 장례식을 치를 거예요.”

“수탉님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그럼.. 쥐들이 싫어하니까 뒤쪽에 앉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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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우는 마차 뒷좌석에 앉았고 늑대, 곰, 사슴, 사자 그리고 가는 도중에 만난 숲의 모든 동물들이 장례식에 가기 위해 마차에 탔습니다.

 

한참을 가는 도중 일행 앞에 개울이 나타났습니다. 수탉이 말했습니다. “이제 여길 어떻게 건너죠?”

함께 있던 밀짚이 말했습니다. “내가 물 위에 누울 테니 그 위로 지나가세요.”

 

생쥐 여섯 마리가 지푸라기 위에 발을 딛자 지푸라기는 힘없이 물속으로 빠져버렸고 생쥐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어버렸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물들은 당황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덩치 큰 석탄이 말했습니다. “나는 몸집이 크니까 내가 물속에 들어가면 나를 밟고 건너가시오.” 자신만만하게 물에 들어간 석탄은 물이 닿자 그만 꺼져서 죽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이 나섰습니다. 돌은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엎드리고 수탉은 마차를 몰아 그 위를 지나갔습니다. 개울을 거의 다 건너기 직전, 마차의 뒷좌석에 너무 많은 동물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게로 마차는 그만 뒤로 미끄러졌고 동물들은 모두 물에 빠져 죽어버렸습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제발 최대한 빨리 물 좀 구해다 줘.." 7


이제 수탉은 죽은 암탉 옆에 홀로 남았습니다. 홀로 무덤을 파고 암탉을 땅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봉분 위에 앉아 한참을 구슬피 울던 수탉은 지쳐서 그만 죽어버렸습니다.

 

결국, 모두 다 죽어버렸습니다.

 

「그림형제(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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