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42] 춘홍(春紅, 기생)

주소는 평양 사창동이요, 기명은 춘홍인데 방년은 20세라.

 

천성과 자태가 온유 겸손하여 잠깐 보면 시골 현부인의 자격이 있고, 화류계의 풍정과는 대개 상이한 점이 없지 않더라.

 

어렸을 때에 그 부친을 이별하고 모친 손에서 길러지다가,

 

절반은 시운이오 절반은 팔자라. 열네 살 때에 부득이한 사세로 인해 기생 노릇을 할 작정으로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청가묘무를 배운 후 16세가 거진 되어 기생학교를 나와 기생으로 출세한 지가 몇 날이 못 되어 십칠 세 되었을 때 어떤 사람과의 인연을 얻어 경성으로 출가하니,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김춘홍(金春紅)

그때는 기생 노릇에 대한 태도와 심정이 완전히 변한 터라 비로소 학문의 필요함을 깨닫고 어느 고등여학교(高等女學校)에 입학하여 2년 동안 국어, 한문, 산술, 도화, 수공, 침자와 기타 정상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배우다가,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한성고등여학교

(별안간) 운수의 시기함을 입어 그 남편과 학우들을 눈물로 하직하고 도로 평양 친정으로 내려오니 백발의 침도를 받는 노모와 의복이 피폐하게 된 동생들은 빈한이 도골하여 적막한 지경을 당하였는지라, 백계로 생각하던 김춘홍은 부득이하여 다시 기생이 되어 추월춘풍을 풍조에 맞추어 지내는 터이러라.

【매일신보 1914.03.19】

– 현부인(賢夫人): 어진 부인
– 풍정(風情): 정서와 회포를 자아내는 풍치나 경치
– 시운(時運): 시대나 그때의 운수
– 청가묘무(靑歌妙舞): 훌륭한 노래와 춤
– 출세(出世): 세상에 나옴
– 고등여학교(高等女學校): 일제시대에 중등 교육을 시행하던 4~5년제의 여학교
– 침자(針刺): 바느질하고 수놓는 일
– 침도(侵盜): 침입하여 물건을 훔침. 젊음을 빼앗겼다는 의미로 쓰임
– 빈한도골(貧寒到骨): 가난하여 쓸쓸함이 골수까지 스며듦. 몹시 가난하게 사는 것을 이르는 말
– 백계(百計): 여러 가지 궁리
– 추월춘풍(秋月春風): 가을 달과 봄바람, 흘러가는 세월을 이르는 말
– 풍조(風潮): 세상이나 시대의 추세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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