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2] 금희(錦姬, 기생)
얼굴은 동천에 솟아오는 달 같고, 눈썹은 여덟 팔자(八)로 그린 듯하고, 눈은 샛별 같고, 코는 오뚝하고, 양협은 익어가는 복숭아 빛 같고, 입은 봉선화가 새로 피는 듯하여, 여러모로 뜯어보아도 절대가인이라 할 만큼 생긴 기생은 평양 사창동 20통 10호 변금희(邊錦姬)라.
방년 25세이되 재작년부터 기생이 되어 공부가 적어 특별히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마는 기생이 하는 가무는 다 흉내 내고, 마음이 본디 온유하여 대인 접객을 일면여구하니 장래 기생계를 놀라게 할 자는 금희라 하리로다.
웃는 낯으로 한번 입을 열어 말할 때에는 철석간장이라도 봄눈 스러지듯 하니, 이러므로 청년 탕자가 금희를 보고자 아니하는 자 없더라.
▲ 변금희(邊錦姬)
금희는 아직 어린 기생이지만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으니 그 결심은 무엇인고.
다름이 아니라 영걸스러운 남자를 얻어 만나면 기추첩(箕箒妾)이 될지언정 기어코 백 년의 건즐(巾櫛)을 받들리라 생각하고 있음으로 일터에서 손님을 대하면 극히 주의하여 인격의 여하를 살피더라.
▲ 영화 속 양귀비(판빙빙)
• “옛날 양귀비는 어떻게 생기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마다 양귀비를 칭찬하나요. 나도 죽은 후에 양귀비와 같은 명예를 얻을 수 있을까요.”
• “내 생각에는 내 인물이 참 잘 생긴 줄로 아는데요… 헤헤”
【매일신보 1914.04.03】
– 양협(兩頰): 두 뺨
– 절대가인(絕代佳人): 이 세상에 비할 데 없는 미인
– 일면여구(一面如舊): 처음 만났으나 안 지 오래된 사람처럼 친밀함
– 철석간장(鐵石肝腸): 쇠와 돌 같은 간과 창자. 단단한 의지를 이르는 말
– 탕자(蕩子): 방탕한 사나이
– 기추첩(箕帚妾): 빗자루를 든 하인. 아내이자 첩이라는 겸손한 용어. 기취첩이라고도 함
– 건즐(巾櫛): 수건과 빗. 수건과 빗을 들고 남편을 옆에서 모시는 처첩(妻妾)을 지칭한다.
– 여하(如何): 그 형편이나 정도가 어떠한가를 말함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