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6] 점홍(点紅, 기생)

서산에 지는 해는 제경공의 눈물이요.
동천에 뜨는 달은 이적선의 회포로다.

해가 지고 달이 떠서 주야가 변복하고 춘추가 교대하니, 봄이 가면 꽃이 지고 가을 오면 잎이 진다.
꽃지고 잎지는 것은 애석할 바 없지마는 슬프다.

평양기생 염점홍(廉点紅)의 춘광이 벌써 19세가 되었으니 세무십년이오, 화무십일홍이라.
아무리 경국지색이라는 명성이 자자한 점홍의 태도라도 이후부터 옛날 모양은 점점 사라질 것은 당연히 면치 못할 사세이라.

이러므로 일반 화류계에 출몰하는 청년 남아는 은근히 점홍을 위하여 세월을 머물고자 하더라.

점홍이는 본시 평양 태생으로 일곱 살에 기생학교에 입학하여 가무의 공부를 마치고 규중에 깊이 처하여 처녀의 자격을 지키다가 16세에 기생 출신을 하였는데, 그 목적은 인물이라 할 만한 남자를 구하여 배필을 정하고자 하려면 도저히 규중에 깊이 앉아서는 용이하지 못할 일이라 생각하여 차라리 내 몸이 기생이 되어 남자 사회에 출입하다가 마음에 합당한 사람을 만나 일생을 지내리라 하는 뜻이지마는 금일까지 인연이 없어 금슬지락을 이루지 못하였더라.

• "아침 까치야, 지저거리지 말아라. 네가 매일 아침 와서 울어도 아무 반가운 소식이 없으니..." 1
▲ 염점홍(廉点紅)

 

• “아침 까치야, 지저거리지 말아라. 네가 매일 아침 와서 울어도 아무 반가운 소식이 없으니…”

• “혹시 내 사진을 보고 데려갈 사람이 있을런지…”

 

하고 수심을 머금은 점홍의 눈에 눈물이 가랑가랑

【매일신보 1914.04.10】

– 제경공(齊景公): 제 경공은 춘추시대 제(齊)의 군주. 경공(景公)은 중국 제후의 시호의 하나이다.
– 이적선(李謫仙): 당나라 시대의 시인 이태백(701~762)
– 변복(變覆): 뒤집혀 달라짐
– 춘광(春光): 젊은 사람의 나이를 문어적으로 이르는 말
– 세무십년(勢無十年): 세도가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 사람의 권세와 영화는 영원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 한 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함을 이르는 말
– 사세(事勢): 일이 되어 가는 형세
– 규중(閨中):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 출신(出身):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거나 벼슬길에 나섬
– 금슬지락(琴瑟之樂): 부부간의 사랑
– 지저거리다: 자꾸 지저귀다.
– 가랑가랑: 눈에 눈물이 넘칠 듯이 가득 괸 모양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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