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5일

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7] 가패(可佩, 기생)

이름까지 향기롭다. 군자의 가패(君子可佩)로다.

작약(綽約)한 태도는 유정남아의 노리개요.
가무와 음곡은 풍류객의 위로로다.

14세까지는 평양 성내에서 가패의 이름이 울리었고, 그 후로는 경성에 올라와 홍건호의 기생으로 역시 이름이 헌자하였으니, 그만한 자격으로 불과 수년만에 아름다운 인연이 스스로 가패의 몸에 돌아와 양가의 기추첩(箕帚妾)이 되었더니,

「급사랑이 영 이별가, 이별 이자 꺼낸 사람 나와 백 년 원수로다」 하는 자탄가를 면하지 못하고 본년 2월에 다시 다동 무부기조합에 입참하니, 수년간 묻혔던 꽃이 양춘삼월을 다시 다동공원 안에서 만났구나. 연연히 피어 춘색을 자랑하는 꽃송이는 화류객의 다리를 멈추게 함도 야자무방이로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가패(可佩)

그 꽃도 벌써 십구성상을 길과 담 사이에서 지낸 오늘날이라.
풍우한설도 겪었을 터이요, 감고애락도 맛보았을 터이라.

이제는 잊히고 잊힌 꽃이, 설중매의 고결한 결심이 외표에 나타났으니, 단원일봉 유정남하여 안과 가패 일평생은 가패의 금일 비로소 깨달은 소원이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3

▲ 눈 속에 핀 매화(설중매)

율? 가야금, 양금…
가곡? 시조, 가사, 노래, 잡가 무불명창
춤? 모두 다 잘 추지…
얼굴? 다시 말 마라…
태도? 역시 그렇지…
손님 접대? 방글~ 웃는 낯, 다정한 태도로…
현주소? 상업은행 옆 골목 막다른 집이라 하던가.

【매일신보 1914년 4월 11일】

– 군자가패(君子可佩): 향기를 품고 있는 난초를 군자가패(君子可佩), 군자향(君子香)등으로 부름
– 작약(綽約): 단아하고 아름다운 자태
– 유정남아(有情男兒): 사랑에 이끌린 사내
– 헌자: 소문 따위가 자자함
– 기추첩(箕帚妾): 빗자루를 든 하인. 아내이자 첩이라는 겸손한 용어. 기취첩이라고도 함
– 이자: 돈을 빌리고 주는 대가를 뜻하는 이자가 아니라 글자 ‘이’를 꺼내지도 말라는 뜻
– 자탄가(自歎歌): 자기의 신세나 처지를 탄식하여 부르는 노래. 소박맞았음을 의미한다.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들의 단체
– 입참(入參): 참여하다. 소속되다.
– 양춘삼월(陽春三月): 3월의 따뜻한 봄날. 좋은 시절
– 연연히(軟娟히): 가냘프고 약하게
– 춘색(春色): 봄철을 느끼게 하는 경치나 분위기
– 야자무방(也自無妨): 또한 거리낄 것이 없이 괜찮음
– 십구성상(十九星霜): 성상은 한 해 동안의 세월을 뜻하는 것으로 19년을 뜻함
– 풍우한설(風雨寒雪): 비바람과 차가운 눈
– 감고애락(甘苦哀樂): 괴로움과 슬픔과 즐거움
– 설중매(雪中梅): 눈 속에 핀 매화
– 외표(外表): 사물의 표면
– 단원일봉(壇垣一封) 유정남(有情男)하여 안과(安過) 가패(可佩) 일평생(一平生): 사랑에 이끌려온 사내들과는 담을 쌓고 탈없는 인생을 소원
– 무불명창(無不名唱): 무불통지(無不通知)의 명창. 뛰어난 노래꾼
– 상업은행(商業銀行): 우리은행의 전신. 1914년 당시의 명칭은 조선상업은행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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