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01일

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60] 영운(英雲, 기생)

황해도 해주성 안, 썩 들어서서 일등 명기가 누구냐~ 하면 삼척동자라도 오영운(吳英雲)이라 할지로다.

 

얼굴은 동천에 솟아오르는 밝은 달과 같이 동그스름하고 아리따운 자태와 은근한 말소리는 사람의 정을 이끄는듯하다.
이리저리 사면팔모로 뜯어보아도 비록 팔자소관이라 기생의 이름은 띠었으나 실상은 현모양처의 자격이 있다 하리로다.

 

방년은 이구 십팔에 하나를 더하였고(19세) 시조, 가사, 잡가, 양금, 가야금, 승무, 입무 등이 무비일등인데, 장구를 한번 더듬어서 안고, 앵순을 반만치 열어 옥반에 진주를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세월 네월 가지를 마라. 해주 호걸이 다 늙는다」

 

할 때에는 제 아무리 철석간장이라도 모춘삼월에 나머지 눈 사라지는 듯하는도다.

 

성질이 온순하고 얌전하여 객을 대함에 지극 친절히 하므로 문 앞에 손님 끊길 때가 없으며, 또한 어떤 회석에든지 영운이가 빠지면 흥미가 없는, 이렇듯한 명기로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오영운(吳英雲)

• “너는 평생소원이 무엇이냐? 네- 제 소원 말씀이오이까. 별 것도 다 물으십니다.”

• “나는 아무 소원도 없고요, 다만 홀로 계신 어머님을 잘 받들며 알뜰하고 얌전한 사람과 서로 만나 아들딸 낳고 어머니~아버지~부르는 사이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아보았으면 오늘 죽더라도 한이 없겠어요.”

• “기왕 물으신 이상에는 아무쪼록 도와나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매일신보 1914.04.17】

– 사면팔모: 여기저기 모든 방향이나 방면. 사방팔방
– 무비일등(無比一等): 아주 뛰어나서 비길 데가 없는 으뜸
– 앵순(櫻脣): 앵두처럼 고운 입술
– 옥반(玉盤): 옥돌로 만든 쟁반
– 철석간장(鐵石肝腸): 쇠와 돌 같은 간과 창자. 단단한 의지를 이르는 말
– 모춘삼월(暮春三月): 봄이 저물어 가는 음력 삼월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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