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59] 향심(香心, 기생)

경상남도 삼가군(三嘉郡) 태생으로,
14세부터는 진주에서 향심이요.
17세부터는 경성에서 엄순모의 향심이요.
21세부터는 청송백사로 경개 절승하다는 삼청동에서 향심이요.
24세 9~10월부터는 무부기로 향심이라.

초년에는 박명한 신세가 기생이 되어 수년을 지낼 때, 소리에는 육자배기요 춤에는 남무가 제일 선수라고 모두의 칭찬을 받고 지냈더라.

그러나 향심은 화류계를 하직할 마음이 불현듯 하며, 겸하여(더불어) 첫정을 주는 사람을 만나 다행한 몸으로 장래의 복록을 빌며 청송백사 에서 수삼년을 지내다가, 남자의 잘못인지 여자의 허물인지 뜨거운 눈물로 이별을 지었으며,

슬픈 한숨은 백 년의 원한을 머금어 발길을 돌쳐선 지(돌아선 지) 몇 달 만에 일개 여아를 출생하니 혈혈한 신세가 의지할 곳이 바이없어, 그 몸은 다시 기생이오 그 딸은 유모에게 맡기고 몸을 팔아 어린 아해의 양육비를 보충하며 한편으로 철천의 한을 눈물로 위로하므로 향심은 놀음에를 가도 실심이요 손님을 대하여도 한숨이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향심(香心)


• “제 몸을 버려놓은 사람은 하나 있습니다. 일부함원에 오월비상이랍니다. 이 신세를 어찌하면 좋을는지요.”

• “그러나 저는 그래도 그 남편의 혈속을 잘 길러서 후분이나 바라볼까 합니다. 그것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세상을 보내지요…”

말끝마다 눈물이 뚝뚝.

【매일신보 1914.04.16】

– 삼가군(三嘉郡): 경남 합천군 남부 지역에 있던 행정구역. 1914년 폐지
– 청송백사(靑松白沙): 푸른 소나무와 흰모래.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
– 경개(景槪):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 절승(絕勝): 경치가 비할 데 없이 빼어나게 좋음
– 무부기(無夫妓):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
– 박명(薄命): 수명이 짧다는 의미로 주로 쓰이나 불행하다는 의미도 있다.
– 불현듯: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모양
– 복록(福祿): 타고난 복과 벼슬아치의 녹봉. 복되고 영화로운 삶
– 간: 공간의 구획이나 넓이를 나타내는 말로 집을 의미한다. 현대는 ‘칸’이 표준어
– 수삼년(數三年): 두서너 해
– 돌쳐서다: ‘돌아서다’의 비표준어
– 바이: 아주 전혀
– 아해: ‘아이’의 옛말
– 철천(徹天): 하늘에 사무친다는 뜻
– 놀음: 전통적인 연희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실심(失心): 근심 걱정으로 맥이 빠지고 마음이 산란하여짐
– 일부함원 오월비상(一婦含怨 五月飛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 혈속(血屬): 혈통을 이어 가는 살붙이
– 후분(後分): 사람의 평생을 셋으로 나눈 것의 마지막 부분. 노년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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