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70] 농옥(弄玉, 기생)

경성 남부 시곡(詩谷) 28통 7호, 안일성의 기생 농옥이라 하면 거의 모를 사람이 없겠도다.

본디 진주 출생으로 열네살에 상경하여 노류장화에 몸을 던져 오늘날까지 22세가 되도록 추월춘풍으로 지내어 오니 노래, 가사, 잡가가 제일이오.
진사립과 인모탕건에 남전복을 입고 아리따운 발 맵시로 한들한들 춤을 추어 풍류남자의 환정을 사는 것은 농옥의 특색이로다.

겸하여 시곡기생조합에는 당당한 취체역이오. 전으로는(그에 앞서) 이름이 높은 행수로다.

진주에서 유명하던 가야금을 청아한 소리로 합하여 한번 타고 두 번 타 창밑에 가는 사람의 발자취를 머물게 하며, 요량하고 청아한 양금치는 수단은 더욱이 농옥의 장기라 할지로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농옥(弄玉)

얼굴의 결백함은 눈(雪)도 오히려 부끄러워할 듯.

천연한(타고난) 성품은 참말로 아름다워 손님을 대할 때마다 조금도 괴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장래를 바라보고 다정한 웃음과 재미있는 말솜씨로 매양 접객에 여공불급 함은 가히 사랑흡다. 농옥의 특점이로구나.

오직 하나요 둘도 아닌 온순한 천품으로 부하 동료 기생을 조금도 규각이 없이 돈목 친애로 주장을 삼아 한결같이 지내니 시곡의 한낮 광채는 농옥의 빛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로다.

매일 아침이면 여러 기생을 지휘하여 모든 기예를 가르치고 배우게 하여 공익을 자담하고 자선을 표창하여 문명적 기생계의 선두로 나아가고자 함은 항상 뜻하고 목적하는 바가 아닌가.

【매일신보 1914.05.01】

– 시곡: 시동(詩洞).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와 입정동~수표동에 걸쳐있던 동네
– 노류장화(路柳墻花): 화류계 여성이나 기생을 뜻함
– 추월춘풍(秋月春風): 가을 달과 봄바람, 흘러가는 세월을 이르는 말
– 진사립(眞絲笠): 명주실로 촘촘하게 늘어놓아 붙여 만든 갓
– 인모탕건(人毛宕巾): 탕건은 갓 아래 받쳐 쓰던 관(冠). 조선시대에는 면사 대신 인모(人毛)와 말총으로 짰다.
– 남전복(藍戰服): 남색의 전복
– 환정(歡情):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 취체역(取締役): 주식회사의 이사를 이르던 말
– 행수(行首): 한 무리의 우두머리
– 요량(嘹喨): 소리가 맑고 낭랑함
– 결백(潔白): 보통 청렴하다는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글자 그대로 피부가 깨끗하고 희다는 뜻
– 매양: 매번, 항상
– 여공불급(如恐不及): 미치지 못할까 마음을 졸임
– 사랑흡다: ‘사랑스럽다’의 옛말
– 규각(圭角): 말이나 뜻, 행동이 서로 맞지 아니함
– 돈목(敦睦): 정이 두텁고 화목함
– 친애(親愛): 친밀히 사랑함
– 주장(主張): 자기의 의견이나 주의를 굳게 내세움
– 자담(自擔): 스스로 맡아서 하거나 부담함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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