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74] 설경패(薛瓊珮, 기생)

경북(慶北) 대구부(大邱府)에서 열 살부터 기생 노릇 하다가 16세에 경성으로 올라온 경패는 처음에는 유부기로 수년을 지내었고,

그 후에는 남의 애첩으로 1년간을 지내다가 인연이 엷었던지, 기생의 생각이 다시 불현듯 하였던지 재작년 9월에 무부기로 썩 나서니 이름은 여전히 경패로다.

「곤니찌와」 「오하요」 하는 내지의 말도 대강(기본적인) 통정은 능하겠고, 둥글 납작하고 청청한 눈매는 사람을 홀리는지 이끄는지 잠시는 사람의 마음을 황홀케 하며 섬섬옥수로 양금, 가야금, 거문고를 희롱하는 것은 장난인가 의심하게 남의 눈에는 용이히 보이나 실상은 진정한 곡조가 그 줄에서 나오는도다.

노래, 가사도 능하며 잡가도 잘하고 승무, 무산향춤도 앞끌어 가기는 넉넉하다.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설경패(薛瓊珮)

금년은 20세이니 그 노모 하나를 봉양하며 풍류중으로 세월을 상다동(上茶洞)에서 반점도 근심이 없이 지내는 것은 전혀(온전히) 설경패의 혼자 힘으로 인연함이라.

그러나 그도 부가한 아이 있는 것으로 하여(아이가 붙어있어) 경패의 신세는 가련하도다.

한번 살림에 멀미가 나도록 속았는지 장래에 남편은 고르고 골라 길이 마음이 변치 아니할 남자이면 일평생을 부탁할 것이오, 그렇지 아니하면 얻을 마음은 전혀 없는 모양이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세상을 쫓아 일생을 한번 보내자 한다니 그것도 한 이치에 합당한 일이라 하겠도다.

【매일신보 1914.05.06】

유부기(有夫妓): 남편 격의 기둥서방이 있는 기생. 유부기는 성(姓)을 붙이지 못함
– 무부기(無夫妓):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
– 내지(內地): 외국이나 식민지에서 본국을 이르는 말
– 통정(通情): 남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함

– 청청한: 생기가 있고 맑은
– 용이히(容易히): 어렵지 않고 매우 쉽게
– 무산향(舞山香): 조선 순조 때 창작된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 (관련 글: <금강칼럼>무산향)
– 앞끌어: 앞에서 이끌어. 어떤 것의 일인자라는 뜻
– 상다동(上茶洞):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과 무교동. 웃다방골이란 이름에서 유래
– 반점(半點): 매우 적은 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요즘은 ‘한점’을 주로 쓴다.
– 인연(因緣): 결과의 내력 또는 이유
– 부가(附加): 붙어있는. 덧붙은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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