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88] 화선(花仙)
경성 태생으로 일찍이 출가하여 중부 사동(寺洞) 근방에서 금슬지락(琴瑟之樂)을 맛보더니,
슬프다 무정한 저 세월은 가군(家君)을 저생으로 이별케 하였으니.
달 밝은 저녁이며 꽃핀 아침에 독수공방을 탄식하며 고독한 신세의 무미(無味)한 세월을 부르짖다가 화선의 운수는 화류계에 투족하게 되었으니 그때는 열일곱 살 되던 해이라.
▲ 화선(花仙)
양가 규중에서 생장하던 몸으로 돌변하여 기생이 어인 일인고.
처음에는 한탄도 하였고 눈물도 흘렸으나,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 그럭저럭 일 년 동안을 지내고 18세에 다다르니 자연히 화류계에 자리가 잡히어 춤도 추게 되고 노래도 부르게 되었으며 손님도 접대할 줄 알았더라.
동그스름한 얼굴이며 어글어글한 눈은 꽃다운 정이 가득하여 사람의 신혼(神魂)을 표탕(飄蕩)케하는도다.
지금은 상다동 송인국의 기생으로 이름이 나타났더라.
【매일신보 1914년 5월 21일】
– 사동(寺洞): 지금의 서울 종로구 인사동. 원각사가 있어서 사동(寺洞)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 금슬지락(琴瑟之樂): 「거문고와 비파(琵琶)의 조화로운 소리」. 부부 사이의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
– 저생(저生): 저승
– 가군(家君): 남의 남편을 이르는 말
– 무미(無味): 재미가 없음
– 생장(生長): 그곳에서 나서 자란 사람
– 어글어글: 널찍널찍하여 시원스러운 모양
– 신혼(神魂): 정신과 넋
– 표탕(飄蕩): 정처 없이 헤매어 떠돎
– 상다동(上茶洞): 현재의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과 무교동. 웃다방골이란 이름에서 유래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