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1] 이화(梨花)

지금 단성사에서 출연하는 박이화(朴梨花)는 금년이 18세라.

본래는 대구 출생으로 점점 자라 12살이 되매, 갸르스름한 얼굴 바탕과 연연한 옥같은 빛은, 천연한 자태에 한번 놀랄 일이라.

그러나 집안이 구차하여 능히 양친을 봉양할 도리가 없음으로, 어린 마음에도 무슨 생각이 있던지 가무서재에 입학하여 영민한 총명으로 일취월장하여 모든 사람의 칭찬과 귀여움을 받게 됨은 박이화의 기능이라.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1
▲ 박이화(朴梨花)

그럭저럭 세월을 보낼 적에 넌짓하고 벌써 10에 8을 더하매, 평생의 배운 재조를 한번 자랑하고자 박팔괘와 짝을 지어 경성에 올라온 후,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할 적마다 여러 사람의 환영이 물 끓듯 갈채하는 소리가 우레 같을 때에 교태가 가득한 눈웃음과 아리땁고 우쭐거리는 동작으로 고깔 속에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엿보아 가며 더욱 어여쁜 태도를 지음은 탐화봉접(探花蜂蝶)의 심혼(心魂)이 요동한다.

이 세상 승무 중에는 박이화의 승무가 아주 제일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도다.

천성이 온순 단정 하여 날과 달로 애를 써서 버는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시골집으로 보내며 항상 늙은 부모를 생각하고 염려하는 바는 오늘날 이화의 기특한 효심이라.

아이고, 나는 언제나 이 노릇을 그만두고 편안히 부모를 모실런지.

【매일신보 1914년 5월 28일】

– 단성사(團成社): 한국 최초의 극장. 현재는 영화 전용 극장으로 영업 중 (관련 글: 단성사 화재)
– 연연한(娟娟한): 아름답고 어여쁜
– 천연(天然): 자연 그대로의
– 구차(苟且): 살림이 몹시 가난함
– 가무서재: 노래와 춤을 배우는 학교. 기생서재와 같은 말
– 넌짓하고: 드러나지 않게 가만히. 넌지시
– 재조(才操):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타고난 슬기. 재주
– 박팔괘(朴八卦, 1882~1940): 충청제의 산조가락을 만든 가야금산조의 명창
– 탐화봉접(探花蜂蝶):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 여색(女色)을 좋아하는 사람
– 심혼(心魂): 마음과 혼을 아울러 이르는 말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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