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2] 연엽(蓮葉, 기생)

광교기생조합 기생 연엽(蓮葉)이는 방년이 16세라.

어려서부터 고향 평양 기생서재에서 공부하다가 경성으로 올라온 후에는 어떤 여학교에 다니며 학문을 배우고자 하였더니, 동무 학생들의 비평이 ‘기생 학도(學徒)’라 하여서 서로 놀지도 아니하고 물 위의 기름같이 둥실둥실 뜨는 고로,

연엽이는 하릴없이 학교생활을 지탱하지 못하고 결국 자퇴하여 기생조합으로 들어가니, 언니 초월(初月)에게 지지 아니할 명기라 일컬어 난형난제라 하겠더라.

【매일신보 1914.05.31】 1
▲ 연엽(蓮葉)

동글납작한 얼굴이오. 아리속 눈치로다. 소리 잘하고, 춤 잘 추고, 말 잘하고, 정답고 의견스러운 기생이라고 그 조합에서도 애지중지하여 장래를 바라는 일이 많더니,

불행한 일이 생겨 금년 봄에 그 모친의 상고(喪故)를 당하고 애통한 중에 있음으로, 몇 달 동안은 조합의 공부를 폐하고 여막(廬幕)에 들어앉아있는 몸이 되었도다.

【매일신보 1914.05.31】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를 칭하는 말
– 아리속 눈치: 어리숙(순진하고 어리석은)한 눈치
– 의견스럽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같은
– 상고(喪故): 사람이 죽은 사고
– 여막(廬幕): 부모의 묘소 옆에 조성하여 상제가 3년간 거처하는 움막.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 참고문헌:
•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九二).련엽 (191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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