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5] 매화(梅花, 기생)

본래는 경성 태생으로 열한 살에 모친을 여의고,

아무리 어린 마음 약한 심장이나, 슬프고 애통함을 견디지 못하여 때때로 뜨거운 눈물을 흘려가며, 다만 찾나니 어머니요, 부르나니 어머니라.

그와 같은 슬픈 가운데에서 그럭저럭 열세 살에 이르매 지각이 더욱 날 때라. 그 처량하고 비참한 심사는 금창(金瘡)을 메이는 듯.

다만 팔자가 기구한 탓으로 자연히 기생계에 몸을 던지니, 원래 지혜가 총명하고 덕기(德氣)가 아름다움으로, 그 공부하는 것은 점점 날로 달라 일 년 내에 가무가 무불통지(無不通知)라.

그중에 더욱 거문고, 양금, 노래가사, 검무(劍舞)가 일등으로 이름이 나타나서 광교기생조합에는 ‘어여쁜 동기(童妓)’ 매화라 일컫게 되었더라.

【매일신보 1914.06.05】 1
▲ 홍매화(洪梅花)

몸은 비록 화류계에 매였으나 어렸을 적 부모의 정을 모르고 지내어 온 것이 가슴에 맺히고 서리어 은근히 남모르게 눈물도 흘리고 한숨도 쉬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매화의 원한이라.

지금 방년 28세에 얌전하고 온자(溫慈)한 형상은 천생 풍류남자의 간나위로 되어 오늘은 명월관(明月館), 내일은 장춘관(長春館)으로 다니는도다.

겸하여, 국한문의 편지 한 장을 능히 힘 아니 들이고 쓰는 재주는 매화뿐인가.

“에고 이제는 기생의 몸이 되어있은즉, 아무렇든지 이럭저럭 지내다가 팔자나 다시 고쳐 마마님이나 되기를 후…”

하는 것은 남부 곤당골 박준기의 기생 홍매화(洪梅花)로다.

【매일신보 1914.06.05】

– 금창(金瘡): 칼과 같은 것에 베인 상처.
– 메이는: 상처를 ‘저미는’, ‘후비는’의 의미로 사용됨
– 덕기(德氣): 어질고 너그러운 도량과 재능.
– 무불통지(無不通知): 무슨 일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
– 동기(童妓): 아직 머리를 얹지 않은 어린 기생.
– 온자(溫慈): 부드럽고 인자함.
– 간나위: ‘간사한 사람’을 이르는 비속어. 손님을 다정하게 대하는 기생의 태도를 뜻하고 있다.
– 곤당골: 현 서울 중구 을지로1가~남대문로1가에 있던 지역. 선조 때 이곳에 살던 역관 홍순언(洪純諺, 1518~1608)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우연히 구해준 여성에게 훗날 ‘報恩緞(보은단)’이라는 자수가 놓인 비단을 선물로 받고 자신의 집 담에 ‘효제충신(孝悌忠信)’이라는 글을 새겼다. 이 담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여 마을을 보은단골(報恩緞洞), 미동(美洞), 미장동(美墻洞), 고운담골, 곤담골이라 부른 데서 ‘곤당골’이 유래되었다.

【매일신보 1914.06.05】 3
▲ 을지로 30(을지로1가 180). 고은담골 표시석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 참고문헌:
•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九五).매화 (19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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