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일백인(藝壇一百人) [96] 금홍(錦紅, 기생)

금수강산의 이름 있는 고향 평양을 기적(汽笛)소리 한마디로 작별하고,

동천(洞天)을 향하여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고, 수개월 전에 경성으로 올라와 상다동 무부기조합 뒷집에서 달을 읊조리고 꽃을 희롱하는 금홍(錦紅)이는 금년이 16세 된 어린 기생이라.

【매일신보 1914.06.06】 1
▲ 금홍(좌)과 그녀의 이모 섬홍(우)

그 이모 섬홍(蟾紅)이와 고향에서 손목을 같이 잡고 올라오며 지금에도 한집안에 거생하는터이다.

11세부터 오늘날까지, 평양 기생서재에서 공부하여 졸업한 고로 각항 춤이며 노래, 가사, 시조와 양금이 또한 명인이라.

단순옥치의 청아한 목소리는 사람의 귀를 놀래이고, 침어낙안의 꽃다운 얼굴은 심신을 표탕케 하도다.

손님을 대하매 지리함을 잊고 오히려 부족함을 한탄하며, 화기를 항상 띄워 대하여 있는 사람의 마음을 반기게 하는 것은 가히 금상첨화요, 금홍의 태도를 더욱 사랑스럽게 하는 한 개(하나의) 원인이로다.

사진의 바른편은 섬홍이요, 왼편은 금홍이라.

【매일신보 1914.06.06】

– 기적(汽笛): 기차나 배에서 증기를 내뿜는 힘으로 경적 소리를 내는 장치.
– 동천(洞天): 예부터 인왕산 기슭은 ‘청계동천(淸溪洞天)’, 우측 북악산 기슭은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불렀다. 중구 다동에서 북쪽의 동천 쪽을 바라보면 삼각산이 보이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매일신보 1914.06.06】 3
▲ 다동(붉은 원)에서 동천 쪽을 보면 삼각산이 보인다.

 

– 삼각산(三角山): 북한산의 옛 이름. 백운봉(836.5m), 인수봉(810.5m), 만경봉(799.5m)이 세 개의 뿔처럼 이루어져 삼각산이라 불렸다.
– 상다동(上茶洞): 현재의 서울 중구 다동과 무교동에 걸친 마을. ‘웃다방골’에서 유래되었다.
– 무부기조합(無夫妓組合): 정해진 기둥서방이 없는 기생이 모인 조합.
거생(居生): 일정한 곳에 머물러 살아감.
– 기생서재(妓生書齋): 기생학교.
– 각항(各項): 각기 다른 여러 가지.
– 단순옥치(丹脣玉齒):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 미인을 일컫는 말로 ‘단순호치(丹脣皓齒)’와 같은 뜻이다.
– 침어낙안(沈魚落雁): 미인을 본 물고기가 부끄러워서 물속으로 숨고, 날아가던 기러기도 부끄러워서 땅으로 떨어졌다는 뜻. 아름다운 여성을 뜻한다.
– 표탕(飄蕩): 정처 없이 헤매어 떠돎. 본문은 넋을 잃게 할 정도로 미인이라는 의미.
– 화기(和氣): 생기 있고 온화한 분위기.

■ 매일신보에서는 100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기사를 연재했는데, 이 기사의 제목을 「예단일백인(藝檀一百人)」이라 하였다.

– 참고문헌:
• 每日申報. 藝壇一百人(九六).금홍 (19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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