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재발견된 1950년대 바르셀로나 사진

200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휴가를 보내던 시애틀 출신의 미국인 관광객 톰 스폰하임(Tom Sponheim)은 우연히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 근처에 있는 벼룩시장(Els Encants)에서 현상되지 않은 필름 더미를 3.5달러에 구입했다. 그것도 상인은 2.5달러를 제시했으나 너무 싸다고 생각한 톰 스폰하임이 가격을 더 쳐준 것이었을 정도로 팔리지 않던 물건이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현상해 본 결과, 놀랍게도 1950년대 바르셀로나 거리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고, 한눈에 봐도 작품성이 뛰어났기에 작가가 궁금해진 그는 2010년에 페이스북에 사진을 업로드해 누가 촬영한 것인지 사람들에게 문의했다.

 

놀랍게도 수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사진 속의 인물이 젊은 시절의 자신이라며 답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진작가의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사진 더미 속에서 나온 바르셀로나 풍경

그러다 우연히 바르셀로나 출신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베고냐 페르난데스(Begoña Fernández)가 톰 스폰하임의 페이지를 우연히 발견하였고, 사진의 예술적 가치에 매료된 그녀는 발벗고 작가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베고냐는 사진이 주로 여학교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을 눈치챘고, 1960년대 스페인이 남학생과 여학생이 분리되어 학업을 했으니 작가는 여자일 것이라는 추론에 다다랐다.

 

이후 2017년에 카탈루냐 사진협회(Agrupació Fotográfica de Catalunya)에서 발행된 잡지 속 사진 중 ‘열정‘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 톰 스폰하임이 소장한 사진과 일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2001년 사진이 재발굴되고 16년만에 작가가 밝혀진 것이었다.

▲ ‘열정’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1961년의 공모전에서 4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알아낸 사진작가의 이름은 바르셀로나의 아마추어 사진작가 밀라그로스 카투를라(Milagros Caturla)였다.

 

밀라그로스는 지방의회의 행정직 공무원이었으나 취미로 사진을 찍는데도 열정을 바쳤다. 수많은 사진 콘테스트에서 입상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여성 사진작가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 않던 시절이었고, 그녀 또한 이름을 사진과 함께 남기지 않으면서 긴 세월과 함께 잊혀졌다.

 

▲ 밀라그로스 카투를라(Milagros Caturla, 1920~2008)

우연한 기회에 묻힐 뻔한 작품성 있는 사진들이 이를 알아본 미국인을 만나 기적처럼 세상에 드러난 셈이다. 현재 그녀의 사진들은 여러 전시회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