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작은 물고기인 감부시아(Gambusia affinis / The western mosquitofish). 암컷은 최대 7cm, 수컷은 그보다 더 작아 화려한 관상어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체가 러시아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고 수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따뜻한 휴양지라는 국가적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면 작지 않은 놀라움을 준다.

▲ 감부시아 암컷과 수컷
오랜 기간 러시아 남부 지역은 습하고 질병을 옮기는 모기가 들끓는 위험한 땅이었다. 특히 모기가 매개체인 치명적인 말라리아는 아프리카만의 질병이 아니었고, 당시 러시아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져 인구의 40~60%, 일부 지역에서는 90%까지 감염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소련 정부는 모기 유충을 제거하면 말라리아 매개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1925년, 모기 유충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진 아메리카 원산의 감부시아를 도입했다.

▲ 모여있는 감부시아 무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감부시아 방류 후 약 35년이 지난 1960년, 소련은 말라리아 완전 퇴치를 선언했다. 한때 죽음의 늪이었던 지역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휴양지 소치 등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작은 물고기가 이처럼 큰일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감부시아 한 마리는 하루에만 수백 마리의 모기 유충을 먹어치운다. 그 외에도 다른 작은 물고기의 알이나 여러 수생 곤충도 가리지 않을 정도의 식성을 자랑한다.

▲ 모기 유충을 먹기 직전의 감부시아
또한 0℃의 얼음 밑에서부터 43℃의 뜨거운 물까지 넓은 온도 범위에서 생존하며, 탁하고 오염된 물, 산소가 부족한 늪지대에서도 잘 살아갈 뿐만 아니라 민물고기임에도 바닷물보다 두 배나 높은 7%의 염도까지 견딘다.
알을 낳는 대신 살아있는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류로, 수온이 18℃ 이상으로 올라가면 바로 번식을 시작하고 약 한 달간의 임신 기간 후 한 번에 5마리에서 100마리 사이의 새끼를 낳는다. 심지어 암컷은 한 번 짝짓기 후 수컷의 정자를 반년 가까이 보관하며 여러 차례 임신할 수 있다. 한 번의 번식기에 암컷 한 마리가 최대 9번까지 출산할 수 있어, 봄에 몇 마리만 풀어놓아도 가을에는 큰 무리를 이룬다.
이런 엄청난 생존능력 때문에 러시아 흑해 연안 지역처럼 감부시아 도입이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모든 곳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호주에서는 모기 유충 퇴치에는 성공했지만, 곧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의 알과 치어를 공격하는 심각한 생태 교란종이 되었다. 심지어 전기 충격으로도 퇴치가 어려울 만큼 강한 적응력을 보여 새로운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또 1990년대 조지아에서는 감부시아 관리가 중단되자 말라리아가 재창궐한 사례도 있어, 잠깐의 효과만 보고 그칠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관리상의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 모기 퇴출을 인정받은 소치의 감부시아 기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