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 10월 29일,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가 ‘음란문서 제조·반포’ 혐의로 강의실에서 현행범 체포되어 연행되고 있다. 이는 그가 1991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가 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빚어진 것으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경계를 둘러싼 상징적인 모습이 되었다.

▲ 구속에 앞서 마광수 교수는 청소년프로 출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 조선일보(1992.05.14)
『즐거운 사라』는 1991년 서울문화사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나, 같은 해 9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제재 결정 직후 출판사가 자진 회수했다. 이후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1992년 청하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지만, 검찰은 연세대에서 강의 중이던 마광수 교수를 현행범 체포하기에 이른것이다.

▲ ‘즐거운 사라’ 서울문화사 버전과 청하출판사 버전 표지
이후 마광수 교수는 1992년 1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1995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당시 대법원은 “예술성·사상성이 성적 자극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는 논리로 음란성을 인정했다. 이 판결로 연세대는 1995년 8월 8일 마광수 교수를 면직시켰다.
1995년 대법원 확정판결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며, 이 판례가 번복되지 않는 한 『즐거운 사라』는 여전히 형법상 음란문서로 취급된다. 작품을 새로 출판하면 즉시 행정·사법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어, 현재 정식 서점 유통은 불가능하고 중고시장에서만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 정가 5,800원이었던 초판본은 현재 중고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2017년 마광수 교수 별세 이후 관심이 급증하면서 중고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마광수 교수는 1998년 특별사면으로 전과가 말소되었지만, 작품 판금은 해제되지 않았다. 그는 평소 “필화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잘리고, 동료 교수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얻어 휴직하였고, 그 뒤 줄곧 국문과의 왕따 교수로 지냈다”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2017년 9월 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현직 교수가 소설 한 편으로 구속된 세계 최초 사례”로 기록되며, 표현 규제의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당시 판사조차 “이 판결이 불과 10년 후에는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판사로서 현재의 법 감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 ‘즐거운 사라’ 광고. 마광수 교수의 구속 이후 청하출판사는 서울시에 의해 등록이 취소되었다.
『즐거운 사라』는 오늘날까지도 법원 판결이 낳은 살아있는 금서로, 판례 변경이나 재심 없이는 출간이 여전히 ‘위험한 시도’지만 각종 학술·문화 논의 속에서 그 상징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마광수 교수의 구속은 단순한 음란성 논쟁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경계, 그리고 시대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