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⑫ 초창기의 TV 분장
최초의 방송용 메이크업
‘할로윈 축제를 위해 분장을 한 두 명의 여성’
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실은 초기 흑백텔레비전 방송출연자들의 메이크업이다. 사진은 1946년, 여배우 제인 그랜트(Jane Grant)와 메리 워트(Mary Wirt)의 모습.
1930년대의 방송기술은 화질이 낮고 특정 색상을 구현해낼 수 없었기에 기존의 메이크업과 일반적인 화장으로는 텔레비전에 출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붉은 메이크업은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검게 표현되었고, 심지어 화장을 하지 않은 피부도 붉은 안색은 어둡고 지저분해 보이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붉은색상을 녹색으로 대체하면 출연진의 입술과 볼이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
▲ 흑백방송용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
이에 화장품 제조사이자 방송분장 전문업체였던 맥스팩터(Max Factor)사는 1932년 TV 방송사의 요청을 받고 출연진들을 위한 ‘텔레비전 메이크업(Television Make-up)’이라 불리는 기술을 고안해냈다.
▲ 메이크업 중인 베티 그레이블(Betty Grable) / 메이크업을 마친 일레인 셰퍼드(Elaine Shepard)
당시 분장을 한 연예인들의 사진은 흑백으로 봐도 기괴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빨강, 노랑, 파랑 등이 다채롭게 사용되어 마치 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맥스팩터의 메이크업은 최초로 TV 시험방송을 했던 영국 BBC에서 시행하면서 보편화되었으나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방송기술이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 맥스팩터의 텔레비젼 메이크업(좌) / 실제로 재현한 뷰티블로거 ⓒ Arielle Dachille
한국의 경우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HLKZ-TV)이 1956년 5월 12일로, 이런 초창기 메이크업이 필요한 시기는 이미 지난 뒤여서 다행히 굴욕짤을 남긴 배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