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㊶ 1903년, 뉴욕 거리의 말 시체

1903년 뉴욕의 거리,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말의 근처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뉴욕에서의 경력의 끝(The Close of a Career in New York)’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이 사진은 사진작가 조셉 바이런(Joseph Byron, 1847~1923)이 뉴욕 맨해튼 북부의 할렘(Harlem)에서 촬영하여 1905년에 발표한 사진이다.

 

‘경력이 끝나버린’ 말의 사체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맨발의 아이들이 수로에 발을 담가가며 놀고 있는 장면은 20세기 초까지 서구 대도시의 흔한 풍경이었다.

 

1800년대 후반, 뉴욕에서는 약 17만 마리로 추정되는 말들이 노면전차와 운송용 마차 등 바퀴 달린 모든 것을 끌고 다니며 도시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말들은 도시의 최대 골칫거리이기도 했는데, 말 한 마리가 하루에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

 

▲ 1893년, 뉴욕 웨스트 사이드 스트리트

이 배설물들은 차도와 인도에 가득 쌓여가고 있었다. 말라붙은 배설물들이 부서지면서 현대의 미세먼지처럼 사람들의 호흡기를 공격했고, 수많은 질병을 옮기는 파리와 같은 해충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오늘날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대기오염의 원흉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있지만, 이 시기의 자동차는 말 배설물과의 전쟁을 끝내고 도시를 구원한 ‘친환경 운송기관‘으로 등장했다. (관련 글: 말 배설물 지옥이었던 과거의 대도시)

▲ 1893년, 뉴욕 설리반 스트리트

말의 또 다른 문제는 갑작스럽게 길에서 죽는 경우였다. 당시 이를 처리하는 전문업체와 인력은 부족했다.

 

뉴욕에 환경미화원이 생겨난 것은 1881년이었지만 초기에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1895년이 되어서야 조직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 컬러 처리된 사진

사진처럼 도시 중심부에서 떨어진 낙후된 곳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수백kg에 달하는 말의 사체를 쉽게 옮기기 위해서 부패하여 분해될 때까지 몇 주간 길에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시기 하루 40마리의 말들이 길에서 죽어나갔고, 이는 일 년이면 10,000~15,000마리에 해당했다.

 

▲ 1893년, 뉴욕 웨스트 휴스턴 스트리트

그렇다면 죽은 말의 시신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데드호스 베이(Dead Horse Bay)의 이름은 1850년대에 지어졌다. 죽은 말들은 배런 아일랜드(Barn Island)에 있던 수십 곳의 재처리 공장에서 비료, 접착제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쓸모없는 뼈들은 잘게 잘려 해변에 버려졌다.

 

▲ 데드호스 베이(Dead Horse Bay)

쌓여가는 말 사체로 ‘데드호스 베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지만 1920년대 이후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공장은 1곳밖에 남지 않았고, 데드호스 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이곳의 말 사체도 희귀해졌다.

 

▲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되는 말뼈

이후 쓰레기 매립지로 변경되면서 데드호스 베이는 과거와 현대의 쓰레기들이 모두 쌓여있는 역사적인(?) 장소가 되었으며 현재는 방사능 오염원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2020년 8월 영구적으로 폐쇄명령이 내려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