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진의 뒷이야기 (66) 1953년, 둑을 막아 사람들을 구한 네덜란드 선장

해수면보다 국토가 낮은 ‘물의 나라‘ 네덜란드에는 제방뿐만 아니라 홍수와 관련된 기념물이 많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의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 2002월드컵 영웅 거스 히딩크(Guus Hiddink)와 아래 사진의 이름 모를 네덜란드 소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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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라를 구한‘ 네덜란드 소년의 일화는 애국심과 이타심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훗날 이 소년이 네덜란드는커녕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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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을 걸고 밤새 제방을 막은 소년

 

이 이야기는 미국의 작가 메리 맵스 도지(Mary Mapes Dodge, 1831~1905)가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쓴 소설 ‘한스 블링커, 또는 은색 스케이트(Hans Brinker, or the Silver Skates)’에서 비롯된 것.

 

소설 속에서는 한 네덜란드 소년이 물이 새고 있는 제방의 틈을 손가락으로 막아 대도시 하를렘(Harrlem)을 홍수로부터 구해낸 일화를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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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s Brinker, or the Silver Skates’ 표지

 

문제는 이 이야기가 네덜란드에서 구전되거나 비슷한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평생 네덜란드에 간 적도 없는 작가가 완전히 창조해 냈다는 것.

 

1865년에 책이 출간된 이후 네덜란드 소년은 미국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었지만 정작 대다수의 네덜란드 국민들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하지만 작은 영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자 네덜란드로 역수출되어 현재는 관광상품으로 동상까지 세워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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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진 ‘네덜란드 소년’

 

사실 어린아이의 손가락으로 제방의 붕괴를 막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제방은 균열 사이로 물이 새는 방식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점점 약해지다가 한 번에 터져나가는 식으로 붕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방을 막은 네덜란드의 영웅


비록 네덜란드 소년은 미국 소설 속 가상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제방을 막아낸 네덜란드의 영웅이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1953년 2월 1일 밤,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한 날이었다.


이날 폭우로 인해 자위트홀란트(Zuid-Holland)의 에이설 강(IJssel)은 서서히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고, 만약 불어난 강물로 제방이 무너진다면 로테르담, 헤이그, 고다와 같은 대도시들이 3~4m 아래의 수면으로 잠기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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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설 강 (IJssel)


새벽이 되자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


이에 ‘배를 이용해 제방을 막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아리 에버그로엔(Arie Evergroen, 1905~1988)이라는 남자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배 ‘트위 게브로더스(Twee Gebroeders)호’를 제방으로 몰고 갔다. 그의 배는 지역에서 가장 큰 선박이었다.


에버그로엔 선장은 배를 제방과 평행하게 만든 다음 제자리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배의 틈새를 모래주머니로 메꾸어 임시제방으로 응급조치하며 제방의 붕괴를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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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방을 막은 선박


만약 에버그로엔 선장이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다른 곳의 피해상황을 보면 제방이 무너져 물에 잠긴 제일란트(Zeeland)주와 노르트브라반트(North Brabant)주의 경우 무려 1796명이 목숨을 잃었다. 즉 그가 배로 제방을 막지 않았다면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피해는 몇 배로 불어났을 것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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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우워커크(Nieuwerkerk) 마을에 세워진 기념물


이후 배로 제방을 막고 모래주머니를 틈 사이로 메우는 작업을 하는 ‘진짜 영웅‘의 동상이 수해가 발생한 제방근처에 세워졌다. 1983년 10월 12일에 거행된 동상 제막식에는 ‘네덜란드의 구세주(redder van Holland)’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에버그로엔 선장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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